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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탄핵 사유, 직권남용ㆍ비밀누설 등 드러난 혐의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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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탄핵 사유, 직권남용ㆍ비밀누설 등 드러난 혐의만으로 충분”

입력
2016.1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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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계 “중대한 법 위반 해당

국정 담당할 자격 상실” 중론

檢 공소장이 탄핵 사유 될지 이견

“큰 영향 미칠 것” “사실 확인 필요”

탄핵 의결 땐 총리 중심 국정 안정

특검ㆍ국조 섞여 절차 차질 전망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한 이후 야권의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례가 극히 드문 대통령 탄핵을 놓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가결될 것이냐는 전망과 별개로, 법리적 논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의 혐의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는 쟁점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의견이 해당한다는 쪽으로 일치하는 반면,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도 탄핵절차를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박 대통령 혐의, “중대한 법 위반 해당”

헌법은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 법이나 어겼다고 해서 탄핵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2004헌나1)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탄핵심판 청구가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위법행위가 중대한지 여부는 ‘법 위반이 어느 정도로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지’와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 초래되는 효과’를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고 헌재는 봤다. 대통령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뺏는 효과를 낳고 그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이 중지되면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 국론 분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때라면 중대한 법 위반으로 인한 파면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범법 혐의는 이에 해당할까. 헌법학자들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혐의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와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헌법의 핵심인 국민주권과 헌법 수호의무, 법치주의 위반 행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원로 헌법학자는 “현재 드러난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는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허영(79) 경희대 석좌교수도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밝히는 순간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 재판과 처벌을 받는 게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대한 법 위반인지 여부는 탄핵소추 의결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다소 신중한 의견도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 단계에서 판단할 몫이지 언론보도와 여론, 학계 의견으로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소장으로 충분 vs 사실관계 증명 필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만으로 탄핵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린다. 우선 다수의 법조인들이 공소장은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정리한 최초의 공식 문서라는 점에서 검찰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 법원의 한 법관은 “공소장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명백한 탄핵사유가 되긴 어렵다”면서도 “법원이 재판을 거쳐 확정된 판결문으로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소장 기재 내용만으로도 탄핵 절차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심판은 아니지만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별개로 진행됐었다.

반면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명백히 사실로 드러나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 전직 헌법연구관은 “공소사실 자체를 곧바로 탄핵사유로 삼기는 어렵고 그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공소사실 이외에 검찰로부터 증거를 제출 받는 등 근거를 갖추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청구서에 탄핵소추 사유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사ㆍ재판ㆍ특검ㆍ국정조사 병행도 관건

심판기간에 대해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일단 정지되기 때문에 이후 국무총리의 권한 대행 등으로 국정은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절차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재판을 통한 사실관계 확정과 이를 근거로 한 헌재 탄핵심판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현 정국에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특검, 일반 형사재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국정조사가 동시에 진행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가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 한 헌법 전문가는 “헌재가 앞서가는 경우라면 (재판에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헌재가 피고인들을 불러서 직접 조사하고 양측의 변론을 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재가 특검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대통령 진술조서를 제출받더라도 대통령이 (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데 대해) 부동의하면 증거능력을 잃게 되므로 심판의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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