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운조합 안전본부장 "더 탄다고 배 가라앉냐" 위법 묵인 지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운조합 안전본부장 "더 탄다고 배 가라앉냐" 위법 묵인 지시

입력
2014.08.07 04:40
0 0

前 해운조합 이사장 2억대 횡령… 골프비·유흥비 등에 사용한 듯

해운조합, 정부상대 이익 대변 위해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임명

송인택 인천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6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중회의실에서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관리공단 비리를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송인택 인천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6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중회의실에서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관리공단 비리를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 수사가 일차 마무리되고 정치권과 한국선주협회로 칼끝이 향했다. 검찰이 6일 발표한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공단(KST)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침몰 참사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인재였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는 만연했고 민관 유착 고리는 단단했다.

해운업계 곳곳 구조적 비리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해운비리 수사 결과 이인수(59) 전 해운조합 이사장과 장모(57) 전 인천해양경찰서 해사안전과장 등 18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용욱(53) 전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과 박모(51) 해양수산부 감사담당관실 사무관, 김모(48) KST 청사이전팀장 등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이사장은 조합비 2억6,000만원을 횡령해 골프비, 유흥비 등으로 쓴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이 전 국장과 박 사무관은 압수수색 등 검·경의 수사 정보를 해운조합과 KST에 흘려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유람선과 어선 등 엔진, 프로펠러 검사를 하지 않은 채 허위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한 KST 검사원 5명과 여객선 안전점검을 생략하고 과적·과승 선박의 출항을 눈 감아준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자 5명도 기소됐다.

장 전 과장은 조타기 등 장비 결함이 있는 선박에 운항정지를 명령한 부하 직원에게 명령을 철회하게 하고 선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최근 2년간 선사들로부터 매달 접대를 받았다. 구속기소된 김모(60)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은 선박 안전점검을 책임지는 운항관리자들에게 과승·과적 등 위법행위를 묵인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여객선사와 마찰 일으키지 마라. 사업자들이 너희들 월급도 주는데 융통성 있게 하지 왜 그렇게 말썽만 피우느냐.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 앉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사고를 가장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해 9억원을 가로채고 업체 선정을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한 해운조합 간부와 비자금 4,930만원을 조성하고 공단 자금 2,300만원을 유용한 KST 간부, 선박 구명 뗏목 검사를 부정하게 한 정비업체 대표 등도 무더기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운조합과 KST, 해경, 해수부 임직원들이 선박운항 관리, 선박안전검사, 이에 대한 감독 업무보다는 개인적 이익을 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질기고 검은 민관 유착 고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해운업계의 민관 유착 고리는 단단했다.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총 9명의 이사장을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임명했다. 정부를 상대로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해운조합은 또 2005년 안전본부장직을 신설해 해경 고위 간부 출신을 앉혀왔다. 해경은 안전본부장 자리에 새 퇴직 간부를 임명시키기 위해 임기가 남은 안전본부장에게 물러날 것을 종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런 유착 관계는 개인과 조직의 이익 추구에 악용됐다.

해수부 감사담당관실은 공직복무관리 평가와 정기감사가 본연의 업무인데도 KST와 유착했다. 해수부 박 사무관은 KST 직원에게 150만원 상당 금품 상납을 요구해 받아 챙겼고 세월호 참사 직후 KST에 검찰 수사 사실을 흘려줬다. 해수부 지정 선박정비사업 중 무자격업체가 상당수인데다 검사를 의뢰한 선박업체에 리베이트가 지급되는 등 KST와 해운업계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43명이 기소돼 해운조합과 KST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검찰 칼끝은 정치권과 해운업계 이익단체인 선주협회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선주협회가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시찰을 지원하고 입법 로비를 벌인 혐의, 의원들이 대가성 입법 활동을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경이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업무를 분리해 산하기관으로 이관하려다 선사 등의 반대로 무산되고, 선령 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입법 로비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선주협회를 압수수색했으며, 입법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을 7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운조합 등의 비리 수사를 마무리한 이상 선주협회 관련 비리나 정치권 입법 로비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