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여론조사 제안 깜짝 카드… 표결 재연기 요구·보이콧은 부담
유승민 "野 대표가 하루 새 말 바꿔" 물밑선 단독처리 비판적 의원들 설득
여야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16일로 미루면서 이번 주말이 총리 인준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당의 단독 표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후폭풍 최소화에 주력하는 반면 ‘표결 연기’ 카드를 소진한 야당은 공동 여론조사 제안 등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에 부심했다.
野, 공동 여론조사 제안하며 자진사퇴 압박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3일 여야 공동 여론조사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았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의 (사퇴) 주장을 정치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할 것을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면서 “우리 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말 바꾸기’라고 비판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선 “그것(표결 합의)을 전제로 날 비판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여론조사 제안을 ‘웃기는 일’이라고 비난한 총리실측 인사에 대해선 “(나더러) 웃기는 자라고?”라며 발끈했다.
제1야당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주요 현안 문제를 여론조사에 의존해 풀어가려 한다는 비판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문 대표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현실적으로 본회의 재연기 요구나 ‘표결 보이콧’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 사이 여론전을 통해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보고 이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이 후보자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4개월 가량 호흡을 맞춰 왔던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잘 하길 바랬는데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與, 16일 표결 처리에 전력… 야당 달래기도
새누리당은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16일 인준 처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ㆍ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 도중 문 대표의 제안을 전해 듣고 “야당 대표가 하루 만에 말씀을 바꾼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큰 양보를 했고 16일 인준안 처리에 절차상 하자가 없으며 국회의장도 꼭 사회를 보고 표결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인준 처리를 위해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단독처리에 비판적인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만에 하나 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란표’가 나오고, 야당이 출석한 상황에서 이들 반란표 때문에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당 전체가 풍비박산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야당 달래기’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당초 3월로 예정했던 경남 남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14일로 전격 결정했다. 문재인 대표의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한 답례의 모양새를 갖추면서 사실상 야당을 향한 읍소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與野 모두 내년 총선 앞두고 ‘충청민심’ 의식
여야를 떠나 충청권 민심도 이 후보자 인준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충청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부담은 야권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이 충청권 신년교례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절대 반대를 못하게 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져 논란이 된 게 단적인 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강행키로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충청민심을 앞세우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야당도 막상 표결에 들어가면 충청권 의원들이 어떻게 할 지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틀째 칩거모드를 이어가면서 “내 잘못으로 일이 이렇게 번져 미안하다”는 뜻을 주변 측근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