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위안부 개입 근거 조목조목 제시
“사기든 인신매매든 어떤 방법을 통해 위안부를 데려왔건 간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일본군의 성 상대가 되도록 시킨 것 자체가 역사적 만행입니다. 일본은 반성해야 합니다.”
일본에 과거사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움직임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 위안부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간토 가쿠인대 하야시 히로후미(60) 교수는 일본 우익들이 폭력에 의한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위안부 문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처럼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그는 “중요한 건 어떻게 데려갔느냐는 게 아니라 데려가서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 상대를 강요했는지 여부”라며 “한반도는 아니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의 강제연행을 증명하는 공적인 자료들이 나오고 있어 강제연행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야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 일본 근현대사를 20년 넘게 연구해온 학자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기자가 지난해 말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있는 대학 연구실에 방문했을 때도 그는 지난해 3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찾아낸 일본 법무성의 1962년도 조사 기록을 펼쳐 보였다. 이 자료에는 인도네시아에 주둔했던 일본 해군 대장이 태평양 전쟁 패전 직후 군 부대가 강제적인 방식으로 운영했던 위안소의 실체를 덮기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 했다는 내용의 증언이 적혀 있었다.
하야시 교수는 위안소 운영에 군이 개입했다는 점도 조목조목 근거를 댔다. 그는 “1937년 일본군에 의해 개정된 ‘야전주보(물품 판매소) 규정’에는 국내외 상관 없이 전쟁터에 위안소를 군 시설로 만든다는 내용이 있다”며 “위안소를 민간업체가 위탁 운영했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총괄한 건 군과 정부기 때문에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야시 교수는 일본에서 우익을 중심으로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과거에 대한 갈망으로 이전 역사를 미화하려는 시도가 있고, 일본보다 아래로 보던 한국과 중국 등이 경제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위기 의식이 녹아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갈등을 해결하는 상생의 해법은 일본이 가해의 역사를 제대로 주시하고 사과하는 데 있다고 하야시 교수는 지적했다. “평화국가를 지향하면서 과거 침략 전쟁, 식민지 지배 등을 반성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과거사를 인정하고 극복해야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평화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뿐더러 일본 국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요코하마=글ㆍ사진 채지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