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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설 민심 “유승민 지지 흔쾌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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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설 민심 “유승민 지지 흔쾌하지는 않아”

입력
2017.01.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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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 배신과 분노로 큰 상처

與 콘크리트 지지 균열 속에도

탄핵은 지나치다는 의견 속속

문재인에 가장 큰 관심과 견제

반기문 마뜩잖지만 기대감도”

대구 경북(TK)지역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기반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김부겸이 당선되었다. 민주당 계열로는 30여 년 만에 이룬 기적 같은 일이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 홍의락의 당선도 같은 맥락이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는 콘크리트 지지기반에 결정적으로 균열을 가져왔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더디긴 했지만, TK지역에서도 대통령 탄핵의 여파는 몰아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고, 촛불은 광장을 가득 채웠다.

TK의 설 민심은 이런 여론의 흐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촛불 시위 초기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 최고 기록을 차지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대구 지역 한 여고생의 연설은 두고두고 화제였다. 박 대통령을 가장 뜨겁게 지지했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남다른 것으로 보인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이 역력했다. 박 대통령이 남부권 신공항 결정을 회피하고,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쌓인 배신감과 분노가 설 민심에 녹아있었다.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뒤 보이고 있는 비겁한 태도를 개탄하는 모습도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지역 유권자들은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말한다. 대통령을 다섯 번째 배출했다고 우쭐했던 자화상은 생각하기만 해도 부끄럽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들은 지역민들의 인식 변화가 놀랍다고 했다.

그러나 밑바닥에는 ‘다른 흐름’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면서 박 대통령을 지켜야 하겠다는 각오 같은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장을 조소거리로 만들었던 이모 의원과 최후의 친박을 자처하는 최모, 조모 의원이 모두 TK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흐름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다른 흐름이 아직은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때의 기억을 감안하면 아직은 속단하기 일러 보인다. 당시 탄핵 역풍으로 국회의원 총선거는 TK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급반전이 일어났다. 노인폄하 발언을 신호로 TK의 정치지형은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이번 탄핵에서도 박 대통령 탄핵이 지나치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TK의 제1정당이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는 관망세다. TK 지역에서 바른정당으로 간 국회의원은 달랑 두 명이다. 전국적 상황과 다른 판세다. TK의 대표적 정치지도자인 유승민 의원에 대한 지지가 흔쾌하지 않다는 현실도 맞물려 있는 관전 포인트이다. 유승민 개인 역량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은 아닌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일체감이 아직 상당하기 때문에 TK 유권자들은 유승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두고 마음이 복잡한 것 같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가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 큰 것도 주목할 만하다. TK 지역에서는 반기문의 행보가 마뜩치 않은 점은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지도자에 대한 생각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열렬한 지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야당 지도자들 가운데는 문재인이 가장 많은 관심과 동시에 가장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것은 다른 지역과 같다.

TK 지역 설 민심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가득 차 있었으나 한편으로 짠한 마음도 저변에 흐르고 있었다. 지역민들은 여전히 박정희의 신화와 그의 신탁으로 대통령이 된 박근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서 고립되는 게 아닐지 걱정일 따름이다.

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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