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임신 중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해 약을 빻아주면서 산모와 태아가 유해 약물에 노출돼 심장질환 아이를 출산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이 때문에 임신부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부모 등이 약 복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약 모양과 크기가 제 각각인 것은 약 효과와 관련돼 있다. 정제 약을 임의로 자르거나 빻는 행동, 캡슐 약의 캡슐을 벗기면 약 효능이 떨어질 수 있고 어떤 약은 위험할 수 있다.
알약, 물 240㎖ 이상과 함께 먹어야
약은 원형 그대로 먹어야 효과를 보고 안전하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제형 약의 가장 기본적인 주의사항이 있다. 바로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먹는 것이다.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생각비행 발행)을 펴낸 노윤정 등은 “대부분의 알약은 정제 그대로 먹되, 다른 음료수가 아닌 240㎖ 이상의 충분한 물과 함께 먹어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은 단지 약을 삼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약이 몸 안에서 잘 용해돼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안전을 위해서도 충분한 물과 함께 삼켜야 한다. 골다공증약인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는 식도를 심하게 자극하는 약이다. 이 때문에 복용 후 30분 동안 눕지 말아야 하며, 충분한 물과 함께 먹지 않으면 식도와 위장이 상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한편, 진통제와 감기약 등 흔히 먹는 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약을 커피, 녹차, 콜라 등과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함께 먹으면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인한 두근거림, 불면증, 현기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소화제, 감기약, 변비약, 철분제는 우유 같은 유제품과 함께 먹으면 약 흡수가 방해 받을 수 있어 복용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빻거나 갈지 마세요
고령인과 어린이,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 받아 온 알약을 먹을 때 편하게 복용하려고 빻아 물에 타 마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절대 삼가야 할 행동이다.
관절염과 암 치료에 쓰이는 메토트렉세이트은 빻은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세포가 죽는다. 고혈압 치료제인 니페디핀은 빻아 먹으면 두통,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올 위험성도 있다. 유방암 치료제인 타목시펜은 빻은 가루를 임신부가 먹으면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
캡슐로 된 약, 벗기지 마세요
캡슐로 된 약은 위나 장에서 흡수되도록 하거나, 흡수 속도에 차이가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빠른 효과를 원해 젤라틴으로 만든 캡슐을 벗기고 약을 먹는 사람이 있다. 캡슐을 벗기면 장에서 흡수돼야 할 약이 위나 식도에서 작용해 위ㆍ식도 점막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위ㆍ식도점막이 약해 때로 식도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쪼개지 마세요
같은 알약 중에도 서방정(徐放錠) 약제가 있다. 알약의 바깥은 속방층(速放層ㆍ빨리 퍼지는 층), 속은 서방층(徐放層ㆍ천천히 퍼지는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즉, 먹는 즉시 표피층이 빨리 한번 녹고, 이후 약 성분이 천천히 방출된다. 때문에 복용한 즉시 빨리 효과가 나타나면서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 같은 서방정 약제는 잘라 반만 먹으면 약 성분이 체내에 지속되지 못하게 된다. 가루를 내거나 물에 타서 먹는 것도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방법이다. 어른이 먹는 약을 쪼개 어린이에게 먹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성분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그래서 성분 오용 및 과다 복용의 위험이 있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에게 맞는 약을, 사용설명서 지시사항에 따라 정확히 약을 먹어야 한다.
정량보다 적게 먹지 마세요
내성이 걱정돼 약을 정량보다 적게 먹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 때에도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예컨대 보통 어른의 진통제 복용 정량은 1회 1~2정이지만, 종류에 따라 효과를 내는 정량이 다르므로 사용설명서에 적힌 권장 용량대로 먹어야 한다. 약은 약사의 복약지도를 따라 먹되 약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집에 오래 두고 약 먹지 마세요
가정에서 상비약으로 준비한 해열제나 소화제 등은 다 먹을 때까지 약 상자에 보관하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약마다 사용기한이 있어 기한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고 액상제제는 변질된다. 특히 어린이가 먹는 약은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가 자주 먹는 상 해열제의 경우 30㏄ 정도 작은 포장을 사서 따지 말고 보관하면 좋다. 특히 병원 처방 후 약국에서 조제한 해열제는 실온에서 처방에 따라 먹이고 남으면 오래 두고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조제약의 경우 당시 아이의 나이, 몸무게, 몸 상태에 맞춰 제조된 것이라 아이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과거 제조한 약을 먹여서는 안 된다.
안전한 약도 위장상태 고려하며 드세요
간혹 노인에서 공복에 소염진통제를 먹고 위경련이나 위장장애를 겪는 경우가 있다. 소염진통제는 위장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반드시 식후 복용한다. 평소 위장이 약하다면 미리 의?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러한 소염진통제는 치은염, 근육염, 타박상 등 염증을 동반한 통증에 사용한다. 두통, 치통, 근육통처럼 염증을 동반하지 않은 일반 통증에는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진통제를 먹는 게 낫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 단일성분 진통제는 이부프로펜(애드빌 등) 같은 비(非)스테로이드성 진통제보다 위장관 부작용이 적어 노인에서의 경도·중등도 만성 통증을 위한 1차 치료제로 쓰인다.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의약품 확인하세요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을 부주의나 무지로 함께 먹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잘못된 약과 약의 혼합복용을 막거나 성별ㆍ연령별ㆍ특정 상황별로 나에게 맞지 않는 약을 알아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www.kfda.go.kr)에 접속해 ▦분야별 정보 ▦의약품 ▦의약품정보 ▦의약품적정사용정보에서 권고되는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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