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청문회 개최 계획… 野, MB정권 핵심 증인 추진
하베스트 인수 최경환 지시 의혹, 동조했다가 자칫 자충수 우려
이완구 국무총리가 첫 담화를 통해 부정부패 척결 대상으로 ‘해외자원 개발 배임 의혹’을 1순위로 꼽은 가운데 정치권 이목은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에 집중돼 있다. 친이계(친 MB)의 강력 반발 속에 출범한 특위가 내달 7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범 정부 차원의 지원세력을 얻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이 기회에 종합청문회장에 MB 정권의 핵심 인물들을 대거 세운다는 복안이다. 여당도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내재돼 있긴 하지만 정권 차원의 드라이브를 거스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총리 담화에 복잡해진 새누리당
국조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8일부터 중동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장과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재발사업장 등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16일까지 진행되는 조사가 마무리되면 특위는 내달 초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3사에 대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핵심은 자원 3사 청문회 이후 종합청문회가 열릴지 여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조 초반부터 종합청문회에 이른바 ‘자원외교 5적(敵)’으로 지목한 이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증인으로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은 “전 정권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하지만 이 총리 담화 발표 이후 여권 내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새정치연합이 원내대변인 명의로 새로운 의혹 제기와 함께 고강도 특위 활동을 강조한 것과 달리 새누리당에서는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리 담화가 해외자원개발을 수사 대상으로 정해 놓은 것은 기획 수사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부패청산이 특정 정권 사람들을 제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술수나 꼼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조는 국조고 수사는 수사”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여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는 이 총리의 담화 이후 전개될 정국의 풍향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이 실패한 자원외교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한 데 이어 MB정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포스코 비자금 의혹 사건의 고강도 수사 의지를 밝힌 마당에 친이계가 마냥 반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국조 특위 위원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 총리 발언은 검찰 수사뿐 아니라 청문회를 통해서도 진실을 규명하라는, 결국 국조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받아 들인다”고 분석했다.
특위 청문회장에 설 MB 정권 인사는?
야권은 MB정권의 핵심을 향해 점차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하베스트 인수 당시 김 비서관의 아들 김형찬씨가 근무한 메릴린치 서울 지점이 인수 성공보수 80억원을 청구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그 동안 ‘김형찬씨와 하베스트 인수 과정은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공세를 펼쳤다. 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역할을 고리로 이 전 대통령과 MB정권의 실세들이 자원외교를 직접 추진했던 실체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여권은 계파갈등도 문제지만 MB정권 사정에 동조했다가 자칫 현 정부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당장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당시 주무부터인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장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친이계 사정에는 야당과 여당 친박 주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국조 특위의 범위를 두고는 여당 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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