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미국이 수니파 과격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는 북부 시리아의 연합군에 수십명의 미군 특수작전부대를 배치할 계획을 밝혔지만, 미군과 같이 작전을 펼칠 이 연합군이 지리멸렬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게다가 연합군 참여로 자치기반 확대를 노리는 쿠르드 민병대가 연합군 내에서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설상 가상의 처지다.
연합군은 현재 물자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 연합군의 신임 대변인 탈랄 실루는 시리아에서 쿠르드, 아랍, 아시리아 등 3대 연합세력과 브리핑을 진행했으나, 연합군은 기지조차 없어 결국 쿠르드 민병대 시설에서 회의가 이뤄졌다. 탈랄 실루 대변인은 연합군 6명으로 이뤄진 군사위원회에서 명령을 받게 되지만, 아직까지 자신 외 5명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부 시리아의 전선의 한 아랍 사령관은 “군대에는 탄약과 라디오, 중화기들과 더 많은 미군 공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S 점령 지역 탈환이 주요 목표인 연합군에서 사실상 전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전투원들은 대부분 쿠르드 민병대 출신이다. 시리아의 주요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의 레두르 세일리 대변인은 “IS와 싸워 온 경험과 군사력 측면에서 이 군대의 척추는 바로 쿠르드 그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쿠르드 군대는 제복 갖춰 입은 군사들이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 아래 움직이는 반면, 아랍 연합군은 칼라시니코프를 든 10대들이 검문소에서 무작위로 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겁주는 등 통제불능인 상황이다. 한 아랍 사령관은 쿠르드 지휘관들은 그들의 전투원에게 말 한마디로 이동 명령을 할 수 있지만, 그가 지휘하는 연합군에게 명령은 단지 제안일 뿐이며 부하들이 이를 따르기만을 바라야 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미국이 연합군을 지원하기 위해 공중에서 낙하산으로 60톤의 탄약을 공급했으나, 이를 받아야 할 연합군은 옮길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쿠르드 민병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 고위 관리마저 연합군의 5,000여명 전투원 중 약 20%는 방어만할 뿐 IS를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쿠르드 군은 약 4만명에 달한다.
서로 협력해야 할 연합군 내에서 병력이나 군 사기 등 격차가 커 결국 쿠르드 군대가 연합군을 주도하게 되면서 연합군 내 다른 아랍 전투원들의 쿠르드 군사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연합군 내 쿠르드 군사력이 터키와 미국 등이 테러 조직으로 여기는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연합군 내에서 세력을 강화해 자치 독립 운동에 나서는 PKK를 지원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터키는 쿠르드의 자치독립 움직임을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랍 사령관 아부 함자는 “IS는 이슬람국가 건설을 위해 외국인 전투원들을 모집했지만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쿠르드족 독립을 위해 외국인 전투원들을 데려온 것”이라며 “연합군 내 세력들간의 목표가 달라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르드족 지휘관 칼리 클리오는 “IS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왔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왔다”며 아랍인들의 의심을 부인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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