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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서 은밀히 운영 ‘서초동 상황반’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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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서 은밀히 운영 ‘서초동 상황반’ 도마에

입력
2016.05.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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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휴대폰 리베이트 논란 후

이통 3社와 수시 협의 공간 꾸려

판매장려금 상한액 설정ㆍ지시에

번호이동 상황 실시간 감시까지

업계 “단통법 근거 없는 법외 규제”

방통위 “불법 지원 예방 차원” 항변

“팀장님, 번호이동 순증(신규 가입자 모집 규모) 200명 넘어가면 시끄러워지는 거 아시죠? 상황반 들어오셔서 장려금 정책 얘기 좀 하시죠.”

이동통신업계에서 일명 ‘상황반’으로 통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엿들을 수 있는 대화 내용이다. 이 곳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와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담당 팀장들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과 실시간 번호이동 상황 등에 대해 수시로 ‘협의’하는 비밀 공간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반을 통해 민간의 영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단통법엔 리베이트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따로 없다.

방통위가 상황반을 꾸리게 된 것은 이통사가 영업 독려 차원에서 가입자 1명을 유치할 때마다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사실상 단말기 지원금으로 전용돼 시장의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유통점은 지난해말 자신의 몫인 이통사 리베이트를 최대 50만원 가량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방통위는 리베이트가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반을 비밀 운영하고 있다. 30만원 안팎을 리베이트 상한으로 설정하고 방통위의 실질적 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외주 인력을 활용, 실시간 감시를 하는 방식이다. KAIT로부터 높은 리베이트 현상을 보고받으면 방통위는 ‘시장안정화 정책 공지’라는 이름으로 리베이트를 줄일 것을 이통사에 지시한다. 지난 1월 이런 식으로 방통위가 지시한 횟수는 76회에 달했다. 하루 평균 3~4회 꼴이다. KAIT가 올 한해 모니터링 사업 수행을 위해 신청한 총 사업비만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들이 유통점으로 리베이트 변경 정책을 내려 보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유통점으로 리베이트 변경 정책을 내려 보내고 있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방통위 지시보다 높은 리베이트를 받은 영업점은 3일 이상 전산이 차단되고 벌금도 물어야 한다”며 “단통법 안에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는데 법외 규제로 시장만 얼어붙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단통법 시행 후 2015년 번호이동 건수는 전년 대비 24%나 줄었다.

방통위의 마케팅 전략 감시가 심해지자 이통사들은 직영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직영 유통점은 이통사가 직접 관리, 신속한 지시와 수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리베이트 고착화와 직영점 확대가 고스란히 영세 중소 판매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직영점처럼 가입자 관리 수수료나 기본 급여를 보장받지 못하는 판매점은 리베이트에만 수익을 의존해야 한다. 단통법 시행 1년 반 동안 중소 유통점인 판매점은 1,000개 가량 줄었지만, 이통3사 직영점은 오히려 304개 늘어났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에 리베이트 자체에 대한 규정은 없다”면서도 “리베이트가 과도하게 높아져 불법 지원금으로 전용되는 일을 사전 예방 차원에서 KAIT가 한번씩 모니터링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방통위가 KAIT를 앞세워 비슷한 수준의 리베이트를 유지, 오히려 담합을 유도하는 꼴”이라며 “불법 지원금이 포착되면 그때 사후적으로 규제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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