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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주세요" 줄 잇는다면… 거리는 푹푹 찌는 3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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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주세요" 줄 잇는다면… 거리는 푹푹 찌는 30도

입력
2015.08.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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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시원' 오랜 학습효과 탓… 더울수록 탄산음료→차→물 찾아

무더위 속 음주, 흡연보다 해로워

나른해진 몸 집중력 되찾으려면 아이스커피 대신 가벼운 운동을

콜라, 아이스커피 등 더위사냥 먹거리들이 특정 온도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이른바 ‘매출 임계온도’는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콜라, 아이스커피 등 더위사냥 먹거리들이 특정 온도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이른바 ‘매출 임계온도’는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스크림 아이스커피 콜라 맥주 등 더위사냥 먹거리들은 특정 온도를 넘어서면 판매가 늘어나는 이른바 ‘임계온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기온 18도에서는 떠먹는 아이스크림이, 25에서는 아이스크림 바와 콜라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여기서 더 올라 29도가 되면 보리차가, 30도를 넘어서면 생수가 더 잘 팔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람들이 이들 식품을 찾는 이유는 더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랜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든다는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이 3개월에서 4개월로 길어져 9월에도 폭염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1년 중 6~9월이 사람들이 온도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더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망임계온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사망임계온도는 26.7도로, 서울지역의 경우 29.4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콜라 25도, 맥주 26도, 생수 30에 불티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사람들이 음료와 아이스크림, 맥주 등 시원한 것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 유통업계가 ‘온도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이 2014년 6월부터 올 7월까지 날씨와 매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기온 1도 당 매출 영향도가 1만1,000원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편의점 하루 매출이 1만1,000원 증가하는 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음료, 맥주, 아이스크림 등은 평균 기온이 20도가 넘어갈 때 가장 잘 팔렸다”면서 “이와 반대로 소주와 막걸리, 초콜릿, 비스킷 등 당분과 칼로리가 높은 과자류는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 판매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름철 대표 상품인 음료, 맥주,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증가하는 이른바 ‘상품 임계온도’는 과연 몇도 일까. 편의점 업계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선 온도가 19도 이상이 되면 편의점 매출이 증가했다. 사람들이 더위를 느끼기 시작해 먼 거리에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집과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24도를 넘으면 탄산음료 판매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여름 대표상품 중 하나인 콜라는 기상학적으로 초여름더위라 할 수 있는 25도에 이르면 판매가 증가해 온도가 1도씩 오르면 15%씩 매출이 증가했다. 온도가 29도로 상승하면 탄산음료보다 보리차 등 차ㆍ음료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일차적으로 갈증을 해결하고자 반응 한다”면서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들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 않고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생수 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0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면 생수판매가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스크림도 온도변화에 따라 제품 선택이 달라졌다. 18~20도 사이에는 떠먹는 아이스크림과 콘 종류가 잘 팔렸다. 하지만 기온이 25~30도로 올라서면 아이스크림 바 판매가 급증했다. 30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면 씹어 먹는 빙과류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맥주 판매도 기온상승이 좌우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주는 기본적으로 26도 정도 온도가 상승해야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맥주를 찾기 때문이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기온이 30도 이상 상승하면 맥주 판매량이 70%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이유는 뭘까. 김정현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류업체 홍보와 함께 TV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여름철 맥주를 마시면 시원하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면서 “맥주를 마시면 처음에는 시원한 것처럼 느끼지만 맥주에 들어있는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우리 몸은 수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분을 뺏겨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더위가 지속되는 9월까지는 과도한 음주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민선 교수는 “무더위에는 흡연보다 무서운 것이 음주”라면서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갈 때 과도하게 음주를 하면 탈수증세가 심해져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몸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

날씨가 더우면 판매가 증가하는 아이스커피도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박민선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 혈압이 내려가 긴장도가 떨어져 우리 몸은 카페인을 섭취해 각성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면서 “우리 몸은 자기도 모르게 기분 좋고 편안한 상태를 선호하는데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이런 느낌을 가졌기에 아이스커피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더위로 인해 몸이 나른해지고 긴장도가 떨어진다고 음료나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박민선 교수는 “혈압이 내려가 긴장도가 떨어지면 카페인 등 자극적인 것을 섭취하려 하는데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오이로 비타민 A, B, C는 물론 탄수화물과 섬유질, 지방과 단백질까지 함유하고 있어 갈증과 영양까지 챙길 수 있다. 수분이 풍부한 토마토도 좋다. 토마토는 비타민, 무기질은 물론 체내 나트륨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칼륨성분까지 들어 있어 더위를 이기는데 안성맞춤이다. 여름이 제철인 오미자도 더위사냥에 제격이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오미자는 찬 음식과 찬 음료를 섭취해 냉해진 몸을 보호한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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