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대원들 지금 규정으론 흉기 들고 저항해도 속수무책
“깐깐한 총기 매뉴얼부터 손봐야”
전원 구속 수사ㆍ합동 단속 등 “이전의 대책 재탕”지적도
정부가 11일 불법 조업 단속에 폭력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대해 함포 사격, 선체 공격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해양경찰관 보호와 불법 조업 근절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불법 외국어선 단속 매뉴얼이나 해상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 정비부터 우선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방해경본부의 한 간부는 11일 “단속 매뉴얼에는 육상에서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한 제한적인 총기 사용 사례가 있긴 하다”면서도 “이 사례를 해상에서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중국 선원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자국 영해에서 외국선원들에게 얻어맞는 경찰은 우리 밖에 없는데 지휘부들의 책임을 안 지려는 태도가 가장 큰 이유”라며 “지휘부는 총기 사용에 의한 인명 피해, 이로 인한 외교 마찰 등을 피하기 위해 ‘말썽부리지 마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말했다.
공용화기 사용 등 강경 대책 방침과 관련된 구체적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춘재 해양경비안전조정관은 “화기 사용 조건을 제한적으로 한 부분을 포함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불법 중국어선 단속 강화 대책이 공용화기 사용 등 적극적인 강제력 행사 외에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만성적인 단속 인력ㆍ장비난을 해소할만한 보강 대책과 해경이 현장에서 외교 마찰 걱정 없이 강제력을 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형함정과 특공대 등으로 구성된 기동전단 운영과 해양수산부ㆍ해군 등과 합동단속, 공무집행 방해 중국선원에 대한 전원 구속 수사, 선박 몰수ㆍ폐기 강화 등 사법처리 강화 방침 등은 이미 6월 인천 연평도 어민들의 중국어선 나포 당시 내놓은 대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폭력 저항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사용 검토 역시 2011년 12월 이청호 경사 순직 사건 때 이미 나왔다. 한 해경 관계자는 “중국어선의 저항은 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정당한 총기 사용도 감찰조사를 걱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공해상까지 추적해 검거하고 한ㆍ중 어업공동위원회 등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검거와 처벌, 재발 방지를 촉구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대와 회의가 엇갈린다. 우리 정부가 불법 중국어선에 대한 함포 사격 등을 공언한 상태에서 중국정부가 자국민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사, 단속 등에 협조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7월 정부 합동 중국어선 불법 조업 근절 대책 발표에 이어 이번에도 구체적인 장비와 인력 보강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처 해경본부는 평소 7, 8척 수준인 서해상 단속 중대형 경비함정을 최근 4척 추가하는 등 보강했다는 입장이지만 ‘아랫 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어 자칫 다른 해역에서 구멍이 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예산 확충을 통한 인력 보강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현장 중심의 인력 및 장비 재배치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엄포사격이 가능한 길이 열렸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해경의 한 함장은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는 고속단정 운항이 불가능한데 공용화기 사용이 가능하다면 위협 사격 등으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을 퇴거시키는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