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들이 대통령 휴양시설인 저도에서 낯뜨거운 파티를 연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민간인인 부인들을 실어 나르려고 군 함정이 동원됐고, 파티에 든 돈은 전액 사병 복지예산에서 나왔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참모총장 부인의 이름이 새겨진 속옷을 공개하는 등 충성 경쟁을 보인 추태가 더 충격이었다. 당시 시중을 든 현역 사병들이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지난해 방송인 김제동씨가 “방위병 복무 시절 장성들 행사에서 사회를 보다 대장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로 호칭했다가 영창에 갔다”고 한 발언은 허튼 말이 아닐 것이다.
▦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에서 장군 부인의 위세는 남편 못지 않다. 대다수는 장병 사기진작과 봉사활동에 열심이지만 개중에는 남편의 계급을 이용해 치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감사원이 2015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감사에서 상당한 액수의 상품권이 공군 장성들의 부인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인사철이 되면 진급을 무기로 하급자 부인에게 거액의 ‘진급알선료’를 요구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 간부 숫자가 적은 데다 특유의 함정 생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해군의 경우 부인들 간의 위계질서가 더 엄격해 비리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몇 년 전 해군에서 방산비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터지자 전체 장성과 부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조용하게 내조하는 건전한 해군가족 문화를 정착한다’는 윤리지침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인이 공관병을 노예부리듯 해 온 의혹이 일파만파다. 발톱과 각질 청소시키기, 썩은 과일 집어 던지기, 공군 사병 아들의 속옷 빨래 시키기에 이어 2일에는 호출용 전자팔찌 채우기, 불교 사병 교회에 데려가기, 곶감과 모과청 만들게 하기 등의 인권유린 실상이 드러났다. 사병은 물론 하급자 부인을 하인부리듯 하는 일부 군 장성 부인의 행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차규 전 공군 참모총장의 부인도 2015년 관용차를 멋대로 사용하며 ‘회장님 사모님’ 대접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심지어 어떤 장군 부인은 운전병에게 “남편의 뒷조사를 해 달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비뚤어진 계급의식에 빠져 있는 군 장성과 부인들의 의식부터 바꿔 놓지 않는 한 군 개혁은 요원하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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