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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에 탄핵 가결ㆍ이대 학생 시위는 승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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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에 탄핵 가결ㆍ이대 학생 시위는 승리의 기억"

입력
2016.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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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인 윤이나 금정연 손이상

젊은세대의 목소리를 담는 한국일보 칼럼 '2030 세상보기' 필진들이 13일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 모여 2016년 한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임예인, 윤이나, 금정연, 손이상, 정영오 여론독자부장.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젊은세대의 목소리를 담는 한국일보 칼럼 '2030 세상보기' 필진들이 13일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 모여 2016년 한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임예인, 윤이나, 금정연, 손이상, 정영오 여론독자부장.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한국일보 오피니언 면에 20, 30대의 참신한 시각과 진솔한 고민을 들려주는 코너 ‘2030 세상보기’에 교대로 글을 싣는 필진 네 사람을 만났다. 악화하기만 하는 청년실업 문제에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표면화된 여혐문제, 이화여대 사태 등 유독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는 이슈가 많았던 한 해여서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해를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담은 지난 13일 한국일보 1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_올 한해를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각자 가장 중요한 뉴스를 꼽는다면.

손이상 문화운동가(이하 손)

“올해는 난세가 시작된 해다. 완전히 시대가 바뀐 듯한 흐름이 있다. 5대 뉴스를 꼽아보니 3개는 비슷한 이슈다. 첫째는 지중해 난민사태, 둘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셋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데 이 세 가지에는 이민 문제가 작용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청년들이 가질 수도 있었던 일자리가 이주노동자에게 가고 있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는 일자리가 붕괴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유입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자유로운 이민은 이상일 뿐이다. 이민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들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융화할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 역시 영국, 미국과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금정연 서평가(이하 금)

“올해 5대 뉴스를 꼽자면 강남역 살인사건, 이화여대 사태,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트럼프 당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주로 그 동안 억눌려 왔고 가시화되지 않았던 여성주의 이슈들이 올 한해 SNS를 중심으로 오프라인까지 확산했다. 내년에는 더 커져서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윤이나 프리랜서 마감노동자(이하 윤)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올해 2월에 있었는데 그 당시 보여줬던 여성 국회의원들의 활약에 대해 말하고 싶다. 30대 일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2030 세상보기’를 쓰고 있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비슷하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폭력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고,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 시위에서의 승리도 강조하고 싶다. 또 여성들에겐 ‘트럼프 당선’보다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이 더 큰 충격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촛불집회다. 촛불집회에선 박근혜 하야, 탄핵라는 공통된 목소리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하나로 갈 수 없다고 믿는다.”

임예인 ㅍㅍㅅㅅ 편집진(이하 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당연히 거론될 이슈다. 관련 촛불집회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충돌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평화시위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효과적인 대답을 줬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에 있어서 이민자 문제가 컸다고 말했는데 이민자 문제와 함께 러스티벨트 즉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분노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에게도 쇠퇴해가는 산업이 있다. 그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클린턴의 모범 답안에 대해 미국 시민들은 거부하고 트럼프를 선택했다. 이것을 보며 암담함을 느꼈다. 또 신자유주의의 선봉으로 여겨지는 나라조차 세계화와 자유무역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으니 보호무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서, 수출 주도적인 산업을 추진해온 우리나라 경제에겐 정말 답이 없는 문제가 아닐지 걱정스럽다.”

“클린턴 낙선은 명백한 후퇴다. 백인 남성 표가 트럼프에게 갔다. 트럼프 같은 남자에게 클린턴 수준의 여성이 졌다는 건 무엇을 상징할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클린턴만큼 정치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영리하고 수준 높은 여성은 많지 않다. 그런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졌다는 것은 미국에도 유리천장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그 충격파는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갔을 거다. 미 대선은 인종, 성별, 세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나는 일본 민진당 약진을 5대 뉴스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민주당과 유신당이 합당해 개헌저지선까지 확보해서 자민당의 평화헌법 수정안을 막아냈다. 그런데 민주당과 합당한 유신당은 일본에서도 자민당보다 오른쪽에 있는 극우당이다. 유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의미하는 건 일본 극우서도 평화헌법을 수호할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시위가 계속 열리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시위가 스스로 정치 세력화되지 못했다. 대신 기존 정당의 합종연횡 속에서 그 뜻이 변형되고 만다.”

_올 한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촛불집회였다. 하지만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민심의 요구는 아직 하나도 현실화하지 않은 상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촛불집회로 모인 동력이 정치 구조개혁으로 바뀌는 건 어렵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수십년간 사람들이 받아들여온 정치 체제는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체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내각제로 개헌하자는 주장 등이 광장을 통해 의견이 수렴되기도 어렵고, 다수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촛불 민심이 구체적 개헌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촛불 민심을 정치개혁의 힘으로 결집하는 게 위험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히 개인적인 비리라기보다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이런 대통령이 다시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권한이 집중돼 있다. 또 헌재가 입법부ㆍ사법부ㆍ행정부 세 곳으로부터 재판관을 임명받는 구조이지만 정부 여당의 영향아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균등한 목소리로 어떤 곳을 향해 같이 나아갈 필요는 없지만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좀 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촛불집회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살아났다기보다 무관심은 여전하지만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촛불민심은 진정한 의미의 주권의식이라기 보다는 소비자주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시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대 학생들이 시위에서 승리한 것처럼 이런 작은 승리의 경험이 축적이 되는 게 중요하다. 탄핵소추 가결이 특히 젊은 세대에겐 큰 승리의 기억으로 남을 거다. 이것이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될지는 좀더 봐야 한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노동, 계급, 성별 등 서로 다른 관심사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많은 이슈들에 관한 작은 목소리가 모이는 공간으로서 촛불집회가 SNS를 통해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_내년은 어떤 해가 됐으면 하나.

“내년에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87년 체제, 97년 IMF체제가 있었다. 2007년에는 뚜렷한 게 없었지만 2017년 체제라는 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SNS 같은 뉴미디어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일반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때가 없었다. 내년은 이게 폭발하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여성주의 이슈가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게 2015년부터인데 올해 훨씬 더 커졌다. 내년은 그게 좀 더 커지고 많아지는 해가 됐으면 한다. 개개인의 정체성의 정치가 좀더 활발하게 발현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올해는 대통령 탄핵과 포퓰리즘의 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다. 그 전에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올해는 좀 더 본격적으로 그런 목소리를 외부로 표출한 한 해로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다. 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도 올해를 특징짓는 것이 될 것 같다. 우리에게 사적인 연민은 넘치지만 공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각성의 계기가 됐다. 내년엔 거대한 담론, 대권이나 개헌 등도 논의돼야 하지만 보통사람에게 실제로 와 닿는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공적인 논의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한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문명화 과정을 매너의 진화과정이라고 했는데 2015년부터 있었던 여성주의 이슈도 매너의 진화과정이자 문명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정리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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