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추위원장 9일 예상에
“대통령 측 오해 살 필요 없다”
헌재의 고려가 깔린 듯
이정미 대행 퇴임식 13일은
‘졸속 결정’ 비켜가기 위해 피해
“헌재, 일찌감치 판단 굳히고
택일 놓고 고심” 관측 많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일정을 공개한 데에는 재판부 결정을 끝까지 비밀에 부쳐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 심리 초반부터 헌재 청사 곳곳에 도ㆍ감청 방지 장치를 하는 등 보안유지에 힘을 쏟았다. 국정마비를 초래하고 있는 이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결론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고일 지정을 최대한 뒤로 미룬 것이다. 게다가 탄핵 찬반 집회가 연일 거세지고 있어 결정일이 너무 일찍 공개되면 재판관들의 평의나 평결에도 적잖은 지장을 줄 공산이 컸다.
실제로 결정일 공개가 늦어지자 비슷한 조짐이 보였다. 결정일 공개가 유력했던 7일을 넘기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온갖 낭설이 떠돌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된 글에는 특정 재판관들이 기각 의견을 낼 것이라거나 13일 이후 선고될 것이라는 예단이 담겼다.
그렇다면 헌재는 왜 하필 10일을 선고일로 잡았을까. 지난달 27일 최종 변론을 끝낸 이후 11일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유일한 탄핵심판 선례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땐 최종변론에서 선고 기일까지 14일이 걸렸다. 이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일도 그 동안 9일과 10일, 13일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헌재가 ‘8인 재판관 체제’에서 결론 짓는다면, 마지막 변론(지난달 27일) 열흘 뒤인 9일부터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13일) 사이 주말을 제외한 일정이다. 그러나 앞서 헌재 변론이 본격화하던 때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선고 결정일을 9일로 예상한 것을 두고 대통령 측이 “헌재와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연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헌재의 고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식이 예정된 13일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졸속 결정’이라는 대통령 측 항의를 비켜가기 위해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전직 재판관은 “헌재가 13일에 결정을 내리면 마치 심리기간이 부족해 마지막 날까지 평의를 열고 쫓기듯 결정한 것처럼 보여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심리와 평의를 통해 윤곽이 나왔고 각 재판관들이 심증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적기를 찾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일찌감치 판단을 굳히고 선고 택일을 놓고 고심했다는 관측이 많다. 재판부가 막바지 변론기일에서 증인 신문 도중 잘못된 답변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면 재판관들은 벌써부터 사실관계 파악은 물론 예비 결정문을 작성하며 대략의 심증을 굳혔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가 평의 초기에 “매일 평의하면 검토는 다 끝나지 않았겠느냐. 판단이 성숙되어 있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유를 두고 결정일을 발표하면 헌재 결정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돌며 ‘공정성 시비’로 번질 수 있어 발표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는 관측이 많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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