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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야! 아빠 폰 비번 ‘0618’로 바꾸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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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야! 아빠 폰 비번 ‘0618’로 바꾸게 해 다오”

입력
2018.06.15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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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최강 막내’ 계보 이을까 세리에A 성인리그 데뷔전 한 날 “아들이 뛴 경기 중 가장 설렜다” 9월 24일 기념 잠금번호 ‘0924’ 한국 역대 4번째 어린 나이 출전 스웨덴 장신 숲 헤집는 역할 기대 월드컵 골 넣은 막내는 손흥민 뿐
이승우가 지난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악착 같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이승우가 지난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악착 같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승우(20ㆍ베로나) 아버지 이영재씨의 휴대폰 초기화면 잠금 비밀번호는 ‘0924’다. 지난 해 아들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라치오와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가 성인 리그 데뷔전을 치른 날이다. 이씨는 “수많은 아들 경기를 봤지만 그 날이 가장 설렜다”고 기억했다.

이후 짜릿한 순간들이 계속됐다. 이승우는 지난 달 6일 AC밀란전에서 그림 같은 발리 슛으로 데뷔골을 뽑아냈다. 지난 달 21일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28명 안에 전격 포함됐고 1주일 만인 28일 온두라스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지난 달 말 국내서 만난 이씨는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러나 비밀번호 변경은 일러 보인다. 이승우 최고의 순간은 아직도 오지 않은 듯하다.

이승우는 23명의 최종명단에 당당히 뽑혀 신태용호의 ‘막내’로 승선했다. 이제는 단순히 월드컵 참가를 넘어 출전까지 노린다. 오는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벌어질 스웨덴과 F조 첫 경기에 이승우가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승우는 사전 캠프였던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볼리비아(0-0), 세네갈(0-2ㆍ비공개)과 두 차례 평가전 모두 선발로 나섰다. 신태용(49) 감독이 스웨덴전 포메이션을 워낙 비밀에 부치고 있어 예측이 힘들지만 4-4-2를 가동하면 이승우가 측면 미드필더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손흥민(26ㆍ토트넘)과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 투톱에 왼쪽 이재성(26ㆍ전북), 오른쪽 이승우라는 ‘꿈의 조합’이 완성된다.

이승우가 스웨덴전에 나서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의 이동국(39ㆍ당시 19세 52일)과 같은 대회 멕시코전의 고종수(40ㆍ당시 19세 226일),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의 김주성(52ㆍ당시 20세 136일)에 이어 한국 축구 역사상 네 번째로 어린 나이(20세 163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가 된다. 선발 출전자로는 고종수, 김주성에 이어 세 번째다. 이동국은 교체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막내였던 손흥민과 신태용호 막내 이승우가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몸을 풀고 있다. 레오강=연합뉴스
2014 브라질월드컵 막내였던 손흥민과 신태용호 막내 이승우가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몸을 풀고 있다. 레오강=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막내’들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8년의 이동국은 네덜란드전에서 회심의 중거리 슈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천수(37)는 붙박이 주전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7경기에 모두 나섰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축구 천재’ 박주영(33)이 있었다. 그러나 ‘역대급 막내’는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의 손흥민이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고 막내로는 처음으로 골까지 터뜨렸다. 이승우가 손흥민의 ‘최강 막내’ 계보를 이을지 관심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막내들. 1998 이동국(위) 2006 박주영(아래 왼쪽), 2002 이천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대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막내들. 1998 이동국(위) 2006 박주영(아래 왼쪽), 2002 이천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브라질월드컵 막내였던 손흥민(오른쪽). 역대 최강의 막내로 꼽힌다. 왼쪽 박주영은 2006 독일월드컵 막내였다. 연합뉴스
2014브라질월드컵 막내였던 손흥민(오른쪽). 역대 최강의 막내로 꼽힌다. 왼쪽 박주영은 2006 독일월드컵 막내였다. 연합뉴스

때에 따라 이승우는 ‘조커’로 투입될 수도 있다. 조커의 첫 번째 임무는 예측 불허의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것이다. 빠른 움직임과 재간 넘치는 플레이를 지닌 이승우는 스웨덴의 장신 숲을 헤집을 적임자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총 31골을 기록했다. 이 중 조커가 5골을 넣었는데 이 중 3골이 첫 경기에서 나왔다. 비율은 9.6%에 불과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조커의 한 방이 경기 흐름을 뒤바꿨다.

19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과 1차전에서 후반 14분 들어간 서정원(49)은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와 첫 경기에서는 안정환(42)이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역전골을 터뜨리며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이근호(33)가 러시아와 1차전 때 후반 11분 들어간 뒤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 기쁨을 안겼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 방에 흐름을 바꾼 조커들. 1994 서정원과 2014 이근호(위 사진 왼쪽, 오른쪽) 아래는 2006 토고전에서 안정환이 득점하자 기뻐하는 동료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역대 월드컵에서 한 방에 흐름을 바꾼 조커들. 1994 서정원과 2014 이근호(위 사진 왼쪽, 오른쪽) 아래는 2006 토고전에서 안정환이 득점하자 기뻐하는 동료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밝게 훈련 중인 이승우.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밝게 훈련 중인 이승우.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이승우는 지난 달 21일 대표 소집 날 ‘깜짝 발탁’ 소감을 5글자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게 실화냐”고 재치 있게 답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그에게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이승우는 “17세 이하, 20세 이하 월드컵은 해봤지만 성인 월드컵은 다른 무대”라며 “소집 때랑 지금 마음가짐이 바뀐 건 전혀 없다. 늘 꿈꿔왔던 무대니 초심을 잃지 않겠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16강 진출을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하위로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할 거라는 평가에 그는 “우리가 나간 월드컵에서는 늘 그런 말을 들었다. 누구나 예측은 할 수 있으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저를 비롯한 형들 모두 같은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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