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5% 이상 올려야 도달
朴정부의 인상률 2배 넘는 수치
“정부 소상공인 지원대책 밝혀야”
사용자측 반대, 공익위원도 신중
근로자측 최임위 복귀도 숙제
소득불평등 심화 속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자 저소득층을 가장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달성 공약에 많은 노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우선 다음달 말 결정을 목표로 하는 내년 최저임금 상승률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달성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행을 겪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정상화부터 올해 두 자릿수 인상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아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 올해부터 매년 15.7%가량 인상해야 3년 후 1만원에 도달한다. 박근혜 정권 4년간 평균 인상률(7.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지난 20년간 가장 높았던 2001년(김대중 정권) 16.6%에 준하는 인상률을 매년 이뤄야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최임위에서 근로자 위원ㆍ사용자 위원ㆍ공익위원 각각 9명 등 총 27명이 표결해서 결정해야 한다. 노사가 제시한 안건에 과반수(14명) 이상의 위원들이 표를 던지면 결정되며 올해 마감 시한은 다음달 29일이다.
노동계는 기대감이 크다. 최임위 근로자 위원인 박대수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지지했던 후보인 만큼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위원인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에 적극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보다는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측은 강력 반대하는 분위기다. 사용자 위원인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본부장은 “대통령이 두 자릿수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했으니 올해 협상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위한 세제감면 등의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바로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에 비하면 효과가 미미해 사용자 측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측과 사측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도 올해 15.7%가량의 인상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 병행돼야 최저임금 인상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임 공익위원인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의지가 있지만 영세 상공인이 대부분인 사용자 측의 상황도 만만치 않아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익위원인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절대적으로 최저임금이 낮았을 때 인상했던 것에 비해 현재는 인상률이 높아지면 영세 사업장 등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사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며 “소상공인들을 위해 일본처럼 인건비 상승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정부의 대안이 나와줘야 노동계도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고, 사측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행을 겪어온 최임위의 정상화도 전제가 되야 한다. 지난해 7월 근로자 위원들은 최임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즉시 1만원을 굽히지 않던 근로자 위원들이 퇴장한 사이, 정부에서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측이 제시한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는 이유다. 지난달 초 열린 올해 첫 전원회의에도 근로자 위원 없이 11명의 공익ㆍ사용자 위원만 참석해 진행됐다.
한국노총은 “현재 최임위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 공익위원 선출방식 등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며 “새 정부가 1만원 실현이나 최임위 운영을 위해 제시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켜보고 나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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