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달리는 흉기’ 과적 화물차, 단속 뒷짐진 정부

알림

‘달리는 흉기’ 과적 화물차, 단속 뒷짐진 정부

입력
2017.11.07 04:40
2면
0 0

화물주, 비용 아끼려 과적 부추겨

축차 불법개조 ‘떠있는 바퀴’ 판쳐

국토부ㆍ경찰, 단속 책임 떠넘기기

올해로 10년째 4.5톤 화물차량을 운전 중인 이모(45)씨는 최근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터널 인근 화물차 폭발·화재 사고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TV에서 본 사고 직전 모습, 넘칠 듯 화물을 가득 채우고 위태롭게 달리는 차량이 자신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화물을 기준보다 두 배 이상 싣고 다니는 과적 운행이 우리에겐 일상이라, 숱하게 사고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창원터널 사고 차량이 적재 허용량 이상 화물을 싣고 가던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험천만한 화물차 과적 운행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단속 의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으로 허용한 것보다 더 많은 짐을 싣는 건 물론, 불법으로 차량까지 개조한 채 도로 위를 무법자처럼 달리고 있지만 관련 부처와 경찰은 책임을 서로에게 미룬 채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번 사고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사고 운전자는 법으로 허용된 ‘차량 최대적재량의 110%’(5.5톤)를 훌쩍 넘는 7.8톤 화물을 싣고 운전을 했는데, “그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만큼 업계에선 과적이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과적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화물주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짐을 싣고 가길 요구하는데, 을(乙) 처지인 운전자가 안전을 이유로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6일 서울 양재동 만남의광장휴게소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4~5톤 화물차가 10톤 이상 화물을 운송하고 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로 인해 8톤, 11톤, 18톤 화물차량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축차(화물차 뒤쪽 짐 싣는 부분) 불법 개조도 판을 친다. 축차 길이를 늘리면 그만큼 짐을 많이 실을 수 있게 된다. 운전자 문모(57)씨는 “출고 때 6.2m던 축차가 개조 후에는 최대 8m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들은 각종 꼼수로 단속을 피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교량 입구에 설치된 자동 과적차량 단속구간을 지날 때 달고 다니던 보조바퀴를 땅으로 내리는 식이다. 바퀴에 가해지는 하중을 기준으로 ‘과적 여부’를 가르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바퀴당 하중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 대부분 운전자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심각한 실정인데도 단속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수년째 경찰에 과적 차량 정보를 넘겨주면서 단속 강화를 요청하지만 인원 부족을 이유로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국토부 주장. 반면 경찰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단속할 수밖에 없는데 국토부에서는 모든 걸 경찰 핑계로 돌린다”고 맞선다. 두 기관 다툼 속에 지난해 적재중량 및 용량 초과로 단속된 화물차 건수는 2,755건. 화물차 운전자들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수치”라고 귀띔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엄격한 법 적용을 위해 과적 차량 단속 책임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지난 2일 경남 창원-김해간 장유방향 창원터널 앞에서 엔진오일을 드럼통에 싣고 이송하던 5톤 화물차가 폭발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지난 2일 경남 창원-김해간 장유방향 창원터널 앞에서 엔진오일을 드럼통에 싣고 이송하던 5톤 화물차가 폭발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