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3일 당내 일각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8ㆍ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을 출마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5ㆍ9 대선 패배 후 3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그의 전대 출마 결정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을 존폐 위기에 빠뜨린 ‘제보조작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지만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태에 대해 더 많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지난 백여 일 간 괴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됨을 깨우쳐줬다”면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의 부활을 경계하며 원내 제 3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역할과 가치를 지킬 당 혁신의 기수를 자임하기도 했다. 나름 진정성이 묻어나지만 그 충정과 열정을 당원들과 일반 국민이 얼마나 납득할지가 문제다.
물론 측근 의원들과 상당수 원외 지구당위원장 중심으로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하다. 위기에 빠진 당을 살리려면 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 대부분과 옛 동교동계 인사들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주승용 의원을 비롯한 의원 12명은 안 전 대표 출마 회견에 앞서 성명을 내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면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정당정치에서 책임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부 인사들은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전당대회 구도와 맞물려 당 내홍이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민에게 외면 당하고 내년 지방선거참패로 이어진다면 국민의당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 요구도 없지 않지만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정치적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자산을 그냥 내치자는 주장은 얄팍한 정치 계산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물러나 있을 때와 나설 때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안 전 대표의 성급한 전대 출마 결정이 당 분란을 증폭시키는 불쏘시개가 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낭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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