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요? 마라톤으로 풀죠.”
유진홍(49ㆍ서울) 서울시육상연맹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16일 열린 경부역전마라톤 첫 날 제3소구간(구남역~대저동 5.4km)을 참가 선수들 중 가장 빠른 17분46초에 주파했다. 서울이 첫 날 종합기록에서 2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이날 제3소구간과 제7소구간은 엘리트 선수가 아닌 유진홍 국장과 같은 마스터스(35세 이상으로 선수등록이 돼있지 않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었다.
유 국장은 레이스를 펼치며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경부역전마라톤 참가는 대학 시절이던 1992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24년 만에 다시 출전한 것. 유 국장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하니까 이런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온 것 아니냐. 달리는데 정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회상에 젖었다.
그는 실업 팀 진로 소속이던 1994년 은퇴해 한 때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라톤과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전국육상연합회에서 일하며 동호인들과 호흡했다. 달리기에 푹 빠진 동호인들을 보며 선수 출신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했다.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년에도 몇 차례씩 마스터스 대회에 참가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회 생활을 하며 받는 각종 스트레스도 마라톤으로 푼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군살 없는 탄탄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대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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