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3만명 중 2만명 지원받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이 대표적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서 이란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미군이 사실상 군대로써 제 기능을 못하는 이라크군을 교육시키는 동안 이란이 이라크 내에서 IS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을 놓고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공화당의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군이 지상군 투입 없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확산된 IS를 막기 위해 갈수록 이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 내내 계속되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이 대표적이다. 작전에 투입된 3만명의 이라크 병력 중 3분의 2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다. 특히 이란 스파이계의 대부이자 이란 특수부대 쿠드스(Quds) 총사령관인 카심 솔레이마니 장군이 전선 근처에서 군 지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시아파 민병대 홍보 웹사이트에는 솔레이마니 장군이 작전 관련 조언을 하며 차를 마시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란은 지난해 8월에는 이라크에서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해 시아파 주민들이 대량 학살 위기에 처한 농촌마을 아메를리의 IS 포위망을 뚫는 작전을 주도했다. 당시 미국도 공습 지원에 나섰다. 11월에는 쿠드스군을 동원해 이라크 중부 도시 바이지를 IS로부터 탈환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자문을 맡았던 발리 나스르(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장)는 “오바마 정부의 유일한 전략은 이란이 IS와의 지상전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르는 이어 사실상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이 이라크 내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미국이 이라크에서 IS를 몰아내는 데 지금까지 성공적인 것은 대체로 이란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3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이란이 티크리트 탈환작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과 관련, 수니파와의 종파간 긴장감을 높이지 않는 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바그다드에서 주재 기업들의 정보 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랜던 슈로더도 “IS에 대항해 쿠르드군, 이라크군, 시아파 민병대를 하나로 결집하는 유일한 힘은 이란”이라며 “미국이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란과 중동 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수니파 동맹국들과 존 매케인 등 미 공화당 의원들은 이라크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이란이 자체 수행하고 있는 이라크 내 IS와의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간인들에 대한 이라크군의 위법 행위는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이라크 내에선 정부군과 연합한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주민이 다수인 티크리트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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