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성들이 지하철 4호선에서 동양인 비하 발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2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승객에게 욕을 하고 때린 혐의로 미국 국적의 여성 P(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P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던 회사원 이종철(31)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P씨는 이씨에게 "김치남"이라며 욕설과 함께 얼굴 등을 내리쳤다. 이씨는 P씨에게 맞아 전치 1주의 상처를 입었다. P씨가 다른 승객들에게 난동을 피우자 이씨가 이를 말리려다가 생긴 일이었다.
이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외국인 여성 3명이 4호선 오이도행 열차 안에서 승객들을 향해 한국인 비하 발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조롱했다. 다른 시민에게 제지를 받자 더 심한 욕설을 하고 엉덩이로 조롱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들이 급기야 한 중년 남성을 밀치고 뺨을 때리는 걸 참을 수 없어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자 이들은 인덕원역에서 내려 도망을 갔다. 내가 쫓아가 붙잡자 오히려 이들은 '이 남자가 나를 만진다'며 피해자 행세를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주변에 도움을 청해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이들을 붙잡아 뒀다. 경찰에 따르면 P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했다고 알려졌다.
안양동안경찰서 형사2팀에 따르면 P씨는 조사를 받으며 직업, 직장 등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다고 한다. 경찰은 "P씨가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지, 내가 일터까지 왜 말해야 하냐'며 자기방어를 했다"며 "목격자도 많고 수사를 빈틈없이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사건 후 페이스북에 글과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는 중,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낯선 외국인에게 욕을 먹고 맞는 걸 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한국인을 괄시하는 미국, 영국인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씨가 올린 글과 사진, 영상 등을 본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공분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이런 추태를 부릴 거면, 대체 한국에 왜 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저들이 인종 차별을 했다고, 우리도 똑같이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인종 차별적 욕설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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