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지난 주말 민주평화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4개 교섭단체 체제의 다원화 국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헌정사 초유의 사례는 아니나 정체성이 상이한 정당이 '정치적 이익'을 축으로 연대ㆍ결합하는 낯선 실험이어서 순항여부는 불투명하다. 반면 소수 정당의 의사를 국회 운영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향후 지방선거와 개헌 정국에서 이 실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의당 전국위원회의 결정으로 시작된 두당의 공동교섭단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 및 무소속 이용호 의원까지 합쳐 21석을 가진 새로운 교섭단체가 등장하게 된다. 공동교섭단체로 치면 1963년 6대 국회 당시 민주당과 자유민주당, 국민의당을 합친 ‘삼민회’, 2008년 18대 국회의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합친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 이어 세 번째다.
정의당이 당 안팎의 정체성 훼손 우려를 누르고 공동교섭단체를 수용한 배경은 “더 강한 정의당이 되어 소수 약자를 지킨다”는 공식논평에서 잘 드러난다. 국회가 20인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교섭단체 위주로 운영돼 소수 정당이 상임위 배정이나 교섭단체 연설 등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평화당이 먼저 연대를 제안한 이유도 “소수정당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교섭단체 문제를 해결해서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것이었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고보조 혜택도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진다는 현실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양당이 개헌 정국에서 정책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무엇보다 정치판도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두 당이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는 여권의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양당은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대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압박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체성이 판이한 두 소수 정당의 정치 실험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출생과 지지기반이 다른 만큼 정책연대의 지평이 그리 넓지 않을 것이고 교섭단체 운영에서 사사건건 의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가 심대평 의원 한 명의 탈당으로 깨졌던 점을 감안하면 구조 또한 취약하기 그지없다. 만에 하나 6월 지방선거의 선거연대 등을 노린 계산적 연합이라면 유권자들은 그들의 '불안한 동거'에 눈을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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