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취지 어겨 월권 논란 확산
하위법령이 상위법 허용 권한 넘고
진상조사 범위도 대폭 축소
종합적인 안전대책 포기한 셈
사무처에 권한 집중… 자율성 침해
특조위는 철회 요구 결의안 통과
지난달 27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4ㆍ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취지를 거스르고 있다는 ‘월권 논란’이 거세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유가족 측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시행령안이 세월호 정국의 향방을 가를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법률 전문가들도 해양수산부 시행령안에는 월권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 여럿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시행령안 제5조는 조사1과장의 업무를 ▦진상규명 업무 추진상황 점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존 정부조사 결과 분석 등으로 규정했다. 이런 식으로 시행령안은 소위원회 소속 과장, 기획조정담당관 등의 소관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특별법이 허용한 권한을 넘어선다는 것이 특조위 측 주장이다. 특별법 제15조는 “위원회 조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2일 “시행령안대로라면 위원회가 따로 규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설령 규칙을 만들어 새롭게 업무를 분장한다 해도 규칙보다 상위법인 시행령이 있는 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안은 진상규명의 범위를 축소함은 물론이고 진상규명과 함께 특조위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종합적인 안전대책 수립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별법 소위원회 설치조항(제16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 3개 소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특조위는 각 소위원회 위원장이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국, 지원국의 업무를 지휘ㆍ감독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과 인력 등을 이유로 기획조정실,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과를 두는 내용으로 축소했다. 또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사항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 등을 진상규명 과제로 설정한 반면, 시행령은 ▦원인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정부조사자료 분석 등으로 조사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시행령안에 포함된 업무분장은 특별법에 규정된 사항이 아니고 사무처에 힘을 실어 준 조직구성 역시 위원회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특별법상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추천 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 몫으로 남겨둔 상황에서 핵심보직인 기획조정실장마저 정부 파견 공무원이 맡게 돼 특조위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조위 소속 한 민간위원은 “특별법 제정 당시 정부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료와 공무원들을 위원직에서 배제했는데 해수부 시행령은 이런 취지를 아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시행령에 조직구성을 명시하다 보면 업무분장이 포함될 수밖에 없고 업무 범위와 위원 권한은 향후 위원회 규칙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조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임시 사무실에서 시행령안 철회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참석 위원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여당 추천위원 3ㆍ대법원장 추천 1명)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등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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