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6~8차로 관음로 1.5㎞ 구간
해만 지면 버스 등 대형차가 점령
일반 운전자 ‘곡예운전’ 아슬아슬
주변 아파트단지만 집중단속 원성
대구 북구 주민 허재진(39ㆍ회사원) 씨는 북구 관음로를 지날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 편도 3,4차로의 넓은 도로지만 해가 지면 대형버스와 트럭들이 줄지어 불법 주차돼 있기 때문이다. 차량이 운행할 수 있는 차로는 2개뿐이다. 일부 트럭의 짐칸에 실린 쇠파이프 등 화물이 옆으로 튀어나와 한 개 차로만 운행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허씨는 “이곳은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불법주차가 심하다”며 “왜 단속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청이 주택가 옆 도로를 점거한 불법주차 차량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야간이면 도로 중앙에 세워진 차량도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는다. 주민들은 “영업용인 트럭보다 단속해도 민원이 적은 주택가의 승용차만 적발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6일 밤 10시30분 중앙고속도로 칠곡IC 네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관음로 1.5㎞ 구간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 구간에는 대형 트럭과 관광버스가 양방향 2개 차로씩 점령하고 있다. 도로 한복판 중앙선 위나 인도에 주차된 차량도 있었다. 길가에는 ‘주차로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으니 불법주차를 금지한다’는 현수막 4개가 걸려 있지만, 이는 불법주차 차량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관음로는 화물 2.5톤 이상, 30인승 이상 버스는 주차할 수 없는 곳이다. 일부 소형차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차량의 절반 남짓이 대형 버스나 트럭이었다. 한 주민은 “차량에 실린 건축자재 등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법주차를 하는 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트럭 운전기사는 “차고지가 집과 너무 멀어 할 수 없이 이곳에 댄다”며 “단속을 한다 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매주 금요일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관음로의 인도에서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몰고 온 트럭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차량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 도로 중앙에 트럭이 세워져 있는 곳도 있다. 차량 두 대가 지나기 힘들 정도다. 이 도로로 출퇴근한다는 최영진(45ㆍ회사원)씨는 “예전에 불법 주차된 덤프트럭을 보지 못한 차량이 충돌해 운전자가 숨지기도 했다”며 단속을 요구했다.
이곳 주민들은 “북구청이 불법주차 민원이 많은 지역에는 손을 놓고 있으면서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인근 아파트엔 오전 7시 정도면 단속을 한다”면서 “항의할 경우 ‘주차단속은 24시간 하는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북구청 교통과 박영상 팀장은 “주 1회 단속을 하고 있지만, 민원이 들어온 순서대로 하다 보니 주민들에게 등한시 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며 “관음로를 단속하면 인접 지역에 불법주차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태전동에 공영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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