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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 “외질의 의사 존중… 독일 축구에 많은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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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 “외질의 의사 존중… 독일 축구에 많은 공헌”

입력
2018.07.23 22:13
수정
2018.07.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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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만 터키계 민심 수습 위해 외질 감싸 

 AfD “동화라는 몽상 실패” 비아냥도 

 터키계, 독일-에르도안 마찰 속 입지 악화 

독일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소속팀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일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 참여하기 위해 23일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독일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소속팀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일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 참여하기 위해 23일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터키계 독일인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 축구선수인 메수트 외질이 독일축구협회(DFB)의 ‘인종주의’를 문제 삼으며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은퇴 의사를 밝힌 데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울리케 데머 대변인은 23일 “메르켈 총리는 메수트 외질을 높게 평가한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라며 “그는 존중받아야 할 결정을 내렸다”라는 총리의 입장을 밝혔다.

전날 외질은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장을 비롯한 DFB의 인종차별적 행동에 실망했다며 더는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질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영문으로 된 입장문에서 “그린델과 그의 지지자들의 눈에는 우리가 이길 때 나는 독일인이고, 우리가 질 때 나는 이민자다”라며 “나는 독일 정부에 세금을 내고, 독일 학교에 기부하고, 월드컵 우승팀의 일원이었음에도 독일 사회에서 수용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루카스 포돌스키나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에 대해서는 ‘폴란드계 독일인’이라는 언급이 없는데도 자신이 ‘터키계 독일인’이라고 언급된다며 “터키라서인가? 아니면 내가 무슬림이라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외질을 높게 평가하는 성명을 낸 것은 외질의 은퇴가 독일 내 인종주의 논란에 불을 지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외질의 독일 대표팀 은퇴 선언은 독일 내에 거주하는 약 300만명에 이르는 터키계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독일 정부로서도 터키계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데머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민자 출신 국민들은 독일 사회에 잘 통합돼 있다”라고 밝혔다.

터키계 정치인으로서 가장 유명한 쳄 외즈데미르 전 독일 녹색당 대표는 도이칠란트푼크 라디오에 출연해 “(차별 논란에 휘말린) 그린델 회장이 더 이상 일하기 힘들 것”이라며 “터키계 독일인과 크로아티아계 독일인들이 DFB를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터키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18년 5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18년 5월 13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터키계는 최근 독일 내에서 ‘이민자 유입 제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시리아 이민자 등과 달리, 오스만 투르크 시대부터 20세기 중반 근로이민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이주와 정주를 이어오면서 사실상 독일 사회 공동체의 일부로 평가돼 왔다. 독일은 터키에 이어 전세계에서 2번째로 터키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재 권력 강화와 인권 침해 논란, 이로 인한 서방 유럽 국가들과의 마찰로 독일과 터키 관계가 경색되면서 독일 내 터키계의 입지도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외질과 역시 터키계 축구선수인 일카이 귄도안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촬영한 사진은 특히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외질은 논란이 커지자 “정치나 선거와는 관련 없다. 우리 가족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라고 해명했다.

외질의 사퇴 입장에 모든 이들이 메르켈 총리처럼 존중의 뜻을 표시하진 않았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영국에 거주하며 일하는 백만장자의 경우가 독일 통합의 성패 여부를 결정짓지 않는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독일 내 최대 일간지 빌트는 외질이 “순전한 자기 연민”에 빠져 있으며,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SNS 문서를 작성한 것도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퍼트리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주의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체 바이델 대표는 “백만장자 축구선수조차 동화라는 몽상을 실현하지 못했다”라면서 “외질의 장광설은 동화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난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질을 옹호한 외즈데미르 전 녹색당 대표조차 “외질이 너무 순진했다”라며 “그가 떠나는 것은 에르도안, AfD, 다양성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관계가 나쁜 터키 정치권에서도 독일의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매우 뛰어난 축구선수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만남에 완벽한 해명을 했지만 이런 성명을 내기까지 그가 받았을 압력을 생각해보라. 관용적이고 다문화주의적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이들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됐다”라고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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