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효과에 대선 등 겹쳐
기념일 줄줄이 있는데 판매 부진
카네이션은 경매 물량 15% 줄어
“꽃 주문량이 확 줄어 30%는 출하조차 못한 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기 과천시에서 화훼농가와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근성(55)씨는 5월 꽃 시장 대목에도 한숨만 내쉬었다. 어버이날(8일) 로즈데이(14일ㆍ연인끼리 장미를 선물하는 날) 성년의 날ㆍ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 매출이 반짝 오를 기념일을 줄줄이 앞두고 있지만 부정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과 중국산 꽃 범람에 수입이 예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7일 “부정청탁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화훼농가들은 모두 생계난에 내몰리고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에선 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으로 꽃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황금연휴와 대선 일정까지 겹치면서 화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6년 10월 1일부터 지난 5월 3일까지 절화류(일반 꽃) 경매 물량은 1,113만9,000속(1속은 20송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특히 승진ㆍ전보 선물이 많은 난류 경매 물량은 277만7,000분으로, 12%나 줄었다.
5월에만 연간 판매량의 50% 가량이 집중되는 카네이션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 지난 4월1일부터 5월3일까지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카네이션 경매 물량은 19만9,061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 경매 평균가격도 5,340원에서 4,125원으로 22.8%나 급락했다.
더구나 중국산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카네이션 유통량이 급증하며 국산 카네이션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카네이션 수입액은 255만3,000달러로, 5년 전인 2012년보다 59.5%나 증가했다. 이는 국내 총 유통 물량에 4분의1에 해당하는 양이다. 수입산 카네이션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카네이션 재배 면적도 2015년 76.8㏊로, 2010년보다 39% 가까이 줄었다.
화훼 농가뿐만 아니라 과일ㆍ한우 등 농축산 농가들도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관 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의 농정 공약을 비판하며 김영란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맺은 한국농축산연합회는 국내 농축산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김영란법 개정과 화훼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한 화훼산업진흥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김영란법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다. 홍 후보는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김영란법 기준을 현행 3ㆍ5ㆍ10 만원(식사ㆍ선물ㆍ경조사비 순)에서 10ㆍ10ㆍ5 만원으로 완화하고 농축수산물을 법 저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데는 공감했지만 공약집에 대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정부는 지난 3일부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356곳에서 꽃 특판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꽃 소비를 예전처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는 11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카네이션, 장미, 수국 등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직거래장터도 연다. ▦학생 대표가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 ▦직무관련자에게 원활한 직무수행ㆍ사교ㆍ의례목적으로 제공하는 선물ㆍ경조비 등은 권익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따라 꽃 선물을 허용한다는 내용 등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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