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경선의 서전(緖戰)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현지시간으로 D-7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후보 경선전이 막판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마 선언 이후 줄곧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의 꼬리표까지 달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일으킨 ‘아웃사이더’ 돌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지대 출마를 고민 중인 마이클 블룸버그까지 감안하면 민주당 경선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이 돼버렸다.
25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선의 첫 두 경선지 중 샌더스 의원의 지역구인 버몬트주 바로 옆 뉴햄프셔주에서는 이미 샌더스 의원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아직 미세하게 클린턴 전 장관이 우세하지만 격차는 1~2% 내외다.
힐러리 전 장관은 25일 CNN의 여론조사 결과에 다소 위안을 얻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CNN 조사에서 그는 52%의 지지로 38%의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8년 당시 초선의원에 불과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대세론을 뒤엎고 아이오와주에서 ‘깜짝 승리’를 거두면서 대권을 거머쥔 적이 있다. 때문에 클린턴 전 장관 캠프도 샌더스의 추격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아이오와 코커스에 전력을 쏟고 있다.
샌더스 의원의 기세는 파죽지세다. 그는 25일 아이오와 주도 데모인에서 열린 민주당 타운홀 포럼에서 “우리에겐 정치적 혁명이 필요하다. 미국인들은 기성 정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2002년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고 월가(街)의 금융재벌을 규제하는 데 미온적이었다며 클린턴 전 장관을 맹공하고 “(클린턴의) 경험보다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선레이스 초반부터 지금까지 도전자 입장이었던 샌더스 의원 캠프는 첫 두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다른 주로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의 불평등 해소 정책 중 일부는 존중할 만하지만 다른 것들은 비현실적”이라며 정치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돌풍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대선 출마 초기부터 발목을 잡았던 ‘이메일 스캔들’ 악재도 남아있다. 미 국무부가 국가기밀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5만5,000페이지의 공개 시점을 2월 29일로 늦춰달라고 연방법원에 요청하자 공화당 측에서는 “정부가 클린턴 전 장관을 돕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무소속으로 미국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3일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공화당,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낙점될 경우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민주당 성향의 중도표를 노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재벌 출신으로 경제정책 면에서는 보수적이나 총기 규제나 낙태 등 사회 문제에는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온 블룸버그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 지지자를 일부 잠식해 대선이 공화당 측에 유리하게 치러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은 24일 NBC와 인터뷰에서 “블룸버그가 대선에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라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와 블룸버그가 대선후보로 유력하다는 것은 미국의 운명이 억만장자들의 손에 결정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집결을 호소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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