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영식
주필

등록 : 2017.10.12 19:47

[사설] 설정 새 총무원장, 조계종 화합과 개혁 함께 이루라

등록 : 2017.10.12 19:47

수덕사 방장인 설정 스님이 제35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12일 선거에서 총 319표 중 234표를 얻어 경쟁자인 수불 스님을 누르고 당선됐다.

설정 스님은 현재의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의 권한은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주지 임명권을 비롯한 스님들 인사권은 물론이고 연 530억원이 넘는 예산의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 등이다. 이 때문에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애초에 4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여서 상대가 학력을 위조했다거나 금품을 살포했다거나 사전운동을 했다는 식의 비방과 폭로가 난무하고 소송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남은 두 후보 역시 친 자승, 반 자승으로 지지세력이 나뉜 상태였다.

모름지기 선거는 경쟁과 갈등을 수반한다고는 하나 현실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궁극의 도와 진리를 구해야 할 조계종이 이번에도 과도한 갈등에 휘말린 것은 적잖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선거 당일에도 조계사 앞에서 간선제 대신 직선제를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새로 출범할 설정 총무원장 체제는 선거 과정의 앙금을 털어 내고 화합을 이뤄 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화합이 말로만 되는 게 아니어서, 반대파의 요구를 경청해 수용할 것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조계종을 개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귀를 열어 더욱 과감한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설정 스님은 선거 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자녀가 있다는 의혹은 조만간 소명하겠다며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뜻을 거울삼아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진력의 약속이 종단 일상업무에 그치지 않고 개혁과 쇄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불자 감소 등으로 조계종 교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여전히 불교계 최대 종단인 것은 물론이고 국내 종교단체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그만큼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도 많다.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의 심화, 물질 문명의 확대, 생명 경시 풍조와 확산, 정신 문화의 피폐와 함께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긴장 고조까지 겹쳐 혼란스럽고 힘들어하는 대중이 많다. 지친 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종교의 본령이다. 설정 총무원장 체제의 조계종이 그런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고 종단 또한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끊임없는 정진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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