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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금투협 수장된 검투사 "靑에 아는 사람 많다" 씁쓸한 자기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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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금투협 수장된 검투사 "靑에 아는 사람 많다" 씁쓸한 자기 자랑

입력
2015.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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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와대에 아는 사람 많습니다.”

‘검투사’로 불리는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예상을 뒤엎고 차기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그가 20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투표 뒤 당선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황 당선자의 발언은 이랬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정책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데요. 협회가 회원사들 위에 군림하거나 지시하기보다 직접 몸으로 뛰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저는 정부에는 물론이고 청와대에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런 인맥을 십분 활용해 대외 협상력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참석자들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잔뜩 고무됐지만, 공식석상에서 본인의 인맥까지 거론하고 나선 건 매우 뜻밖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황 당선자는 증권, 자산운용, 은행, 지주 등 금융업계 전반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도 참여해 정치권과도 인연이 깊은데요. 그러다 보니 각계에 폭 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표를 받아 당선된 배경에 그의 이런 대외 영업력이 한몫을 한 건 틀림없는데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로선 정부나 정치권에 로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한 협회장’이 절실했을 겁니다.

내달 4일부터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황 당선자는 3년 임기 중 목표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 확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장기펀드 세제혜택, 파생상품 규제완화 등을 내세웠는데요. 앞으로 이런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면 그의 말마따나 정부나 정치권의 폭넓은 인맥을 적극 활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몹시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데요. 지금까지 금융협회장 자리를 줄곧 끈끈한 연줄로 묶인 ‘관피아’들이 차지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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