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이력서] 이주일(38)"정주영 대표는 독재자다
알림

[나의 이력서] 이주일(38)"정주영 대표는 독재자다

입력
2002.05.08 00:00
0 0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월25일부터 의원 임기가 시작된 5월30일까지 두 달 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일도 많이 일어났다.

어쨌든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국회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로 의원 활동에 대한 기대와 욕심만큼은 남달랐다.

우선 나는 보좌진부터 구성했다. 처음에는 국회 상임위로 내무위를 희망했으나 곧 교육청소년위로 바꿨다.

보좌관 중 한 명이 고려대 교육학과 출신이었는데 그가 “제가 자신 있는 쪽으로 상임위를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때부터 1주일에 두 차례 보좌관 7명과 토론회를 가지며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방송도 그만뒀다. SBS ‘현장 쇼 주부만세’를 끝으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유흥업소 운영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남산 홀리데이 인 서울은 이미 총선 전에 아는 사람에게 운영을 부탁했고 이태원 캐피탈 호텔 나이트클럽은 국회의원 당선 후 처남에게 맡겼다.

그때 나는 오로지 “교육ㆍ청소년 문제에 의정 4년을 걸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정주영 대표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도 이때였다. 당시 국민당은 총선 직후 곧바로 본격적인 대선 채비에 들어간 상태였고, 정 대표는 4월 초부터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화했다.

그러다 5월15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당 전당대회에서 내가 정 대표에게 ‘행패’를 부린 것이다.

그날 상황은 이랬다. 봉두완(奉斗玩) 전당대회의장이 대의원들의 기립투표를 통해 정 대표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확정 지으려는 순간, 나는 긴급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행사장에 참석한 대의원과 참관인, 초청인사 등 3,000여 명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리고는 단상 위에 올라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정 대표는 독재자다. 이런 식으로 대선 후보를 뽑으려면 대표 방에서 하면 되지 왜 이런 곳에서 하느냐?”

흥분한 나는 단상까지 모두 부숴버렸다. 결국 나는 진행 요원들에 의해 행사장에서 퇴장 당했고, 당초 만장일치로 예상됐던 투표 결과는 찬성 1,727명, 반대 7명으로 끝났다.

물론 나를 지지한 대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렇게 내가 정 대표를 정면에서 공격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해 그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 대표가 내게 주기로 한 ‘거금’을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홍콩에 납치됐을 때 “출마하면 20만 달러(2억6,000만원)를 주겠다”는 약속을 정 대표가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 그 돈은 내가 출마하기만 하면 주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후보 등록 후에는 물론 당선된 후에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당선 후 정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나는 “이제 당선도 됐으니 돈 주세요”라고 채근했다.

이에 대한 정 대표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14일만에 국회의원이 됐으면 됐지, 무슨 돈이야? 나도 못해본 국회의원이 돼 놓고는….”

나는 당시 20억원 정도 빚을 진 상태였다. 다행히 김효영(金孝榮) 사무총장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정 대표에 대한 섭섭함은 그 후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계속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