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걸고 ‘아름다운 양보’ 이후 5년 만에 독대
“위기 가중” 거국중립내각 반대, 대통령 즉각 하야 주장
비상시국 논의할 협의체 구성, 12일 촛불집회 동참키로
문재인 “개인 자격으로는 함께 하고 싶지만… ” 참석 유보
‘안철수ㆍ박원순 행동파 VS 문재인 신중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국 수습책을 두고 야권 대선주자들의 대응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나란히 참석하기로 9일 의기투합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개인 문재인은 함께 하고 싶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5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의 첫 번째 단추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장외투쟁 참여와 여야를 넘나든 초당적 비상시국 회의체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안 전 대표의 촛불집회 참석은 처음이다.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은 2011년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이 50%에 이르던 안 전 대표가 지지율 5%대에 불과했던 박 시장을 위해 시장직 출마를 고사한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 이후 5년 만이다.
한때 안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 회동은 두 사람의 정치적 연대를 복원시켜준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초당적 비상시국 회의체가 정계개편의 고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 전 대표가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는 책임총리 및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두 사람 공히“위기 모면용 꼼수로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또 하야 이후 헌법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실상 조기대선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지만, 안 전 대표와 박 시장 공히 “상황 수습이 먼저다”,“정파적 고려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정치적 해법을 강조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문재인 뭐하고 있느냐. 촛불집회 나와 앞장서라’는 얘기들을 많이 듣고 있다”며 “개인 문재인은 함께 하고 싶지만, 정치인 문재인으로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이 집회에 결합하게 되면 진영 논리에 갇혀 정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욕을 먹더라도 천천히 가야 한다는 게 현재 스탠스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하야 요구를 쉽게 받아 들일 리 만무하다.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건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조만간‘중대결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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