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더 이상 대화 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이며,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체제와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2번, ‘김정은’을 1번 언급했다. 대화 상대방에게는 공식 명칭을 쓰는 것이 외교상 관례이지만 생략됐다. 대통령이 공식 연설에서 이 같은 호칭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김정은 정권을 ‘무자비한 숙청’ ‘극한의 공포정치’로 표현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이는 김정은을 북한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재와 압박을 통해 결국 정권붕괴, 체제붕괴로 갈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시작’과 ‘지금부터’란 표현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중단시키려면 체제붕괴를 목표로 강력한 추가 압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표현들은 박 대통령이 북한을 예측 불가능한 비정상 국가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이날 발음이 틀려가면서까지 ‘불가측성(미리 알 수 없는 성질)’이란 어려운 단어를 써 북한을 지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앞으로 정부는 북한의 불가측성과 즉흥성으로 야기될 수 있는 모든 도발 상황에 만반의 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정상적인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비정상의 상대라는 뜻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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