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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낮추고 자회사 만들고... 총수일가 내부거래 꼼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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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낮추고 자회사 만들고... 총수일가 내부거래 꼼수 늘었다

입력
2018.06.25 12:19
수정
2018.06.25 19:4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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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실태 분석

지분 낮추거나 간접지분으로 돌려 규제 대상서 빠지고 일감 몰아줘

규제 회피 회사 내부거래 규모, 규제 대상의 3.9배

현대차 이노션ㆍ삼성웰스토리 등 의심사례 적시

현대차그룹 총수일가 지분율 100%로 설립된 광고회사 이노션은 2013~2015년 지분 70.1%를 매각했다. 2015년 7월엔 상장도 했다. 2014년 2월 도입된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어야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이노션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3년 1,376억원에서 지난해 2,407억원으로 1.7배 증가했다. 총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도 40%대를 유지하다 2015년 50%를 넘어섰고 지난해엔 57.08%까지 올랐다. 이노션 주식 매각자금은 총수 2세가 핵심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

삼성그룹 계열의 식음료 서비스회사인 삼성웰스토리는 사익편취 규제 도입 직전인 2013년 물적분할을 통해 소유구조를 변경했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직접지분을 간접지분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조7,323억원 중 6,657억원(38.4%)을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거둬들였다. 특히 지난해 배당률이 114.6%에 달할 만큼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삼성 총수일가의 상당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분 매각이나 자회사 설립 등의 ‘꼼수’를 통해 규제에 빠져나가 내부거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행태가 여전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규제 도입 이후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와 규제 회피 회사를 대상으로 2014~2017년 계열회사와의 상품ㆍ용역거래 내용을 비교ㆍ분석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규제 대상 203개사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각각 14조원(1개사 평균 690억원)과 14.1%에 달했다. 규제 도입 첫해인 2014년(규제 대상 159개사)의 7조9,000억원과 11.4%에 비해 크게 늘었고, 규제 도입 직전인 2013년(160개사) 12조4,000억원과 15.7%와는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대기업집단이 규제 도입 직후에만 잠깐 움츠렸다가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도로 늘린 셈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30%미만인 비(非)규제 상장사에선 보다 노골적인 내부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이들 24개사에서 이뤄진 내부거래 규모는 6조5,000억원으로, 2014년(5조8,000억원)보다 7,000억원 증가했다. 1개사당 내부거래 규모는 2,700억원으로, 규제대상 회사(690억원)보다 3.9배 가량 크다. 특히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SK D&D, 영풍문고 등 규제 도입 직후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상장사 8곳의 내부거래 규모는 4조원, 회사당 평균 5,000억원에 달했다.

총수일가 사입편취 규제는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으로 차등 적용했다. 상장사가 상대적으로 내부 통제장치를 잘 갖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 안건을 들여다 보니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지난해 전체 안건의 0.39%에 불과했다. 상장 여부에 따라 규제 적용을 달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이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배경이다.

국회에서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지분율을 상장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상장 여부를 떠나 총수일가 지분 10% 이상 기업에 모두 규제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향후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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