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70일 만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확정해 어제 청와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졌다. 인수위를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가 50여일의 작업 끝에 마련한 이 로드맵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향후 5년간 중점 추진할 국정 어젠다를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로 정리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토대로 만든 설계도인 만큼 정부는 '책임 있는 실천'에도 큰 방점을 찍었다. 역대 정부의 유사한 작업과 결이 다른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뜻이겠지만, 과제의 현실 적합성과 소요 재원 등을 소홀히 한 개혁은 늘 용두사미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보고서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각각의 세부전략과 이행과제를 정리했다. 국민주권 실현ㆍ소통 강화와 권력기관 개혁,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ㆍ불평등 해소, 복지ㆍ교육 개혁과 안전 강화, 자치 확대와 재정 분권, 전작권 조속 전환과 남북관계 복원 등 대상과 범위는 최상층 권력기관부터 미세먼지ㆍ먹거리 등 생활밀착형 사안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와 별도로 국정기획위는 일자리 경제, 혁신 창업국가, 인구절벽 해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4대 복합 혁신과제'로 선정했다. 과제의 성격상 부처 간 총력 협력체제가 필요한 만큼 '일자리위원회'처럼 사안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과제 선정이 과거의 정부 주도와 달리 '국민 참여형'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해법을 찾는 과정도 전략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보고대회 인사말에서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매년 말 국정과제 보고회를 열어 점검하는 등 이행 과정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멋진 청사진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과제 이행을 위해 제ㆍ개정이 필요한 465건의 법률 중 내년까지 427건을 입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이 쉬이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과제 이행에 소요되는 200조원 가까운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기득권의 저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도 난제다.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수십 번 나오는 '국민'은 분명 힘이다. 반면 변심 또한 국민의 권리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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