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지준율 동시 인하에 진정
중국은 낙폭 줄이고, 일본 반등하고
한국은 상승세 이어갔지만
코스피선 외국인 15일 연속 매도
기준금리-지급준비율 동시 인하(25일)라는 중국의 고강도 부양책에 힘입어 26일 세계 증시가 지난 2주 간의 패닉 양상에서 벗어나 일단 숨을 고르는 분위기를 보였다. 위기의 진원, 중국 증시도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가 이대로 멈출 지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당분간 눈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갯속 장세가 이어질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 끝에 하락 마감(-1.27%)한 중국을 제외하고 대거 상승했다. 전날 반등에 성공했던 한국 증시는 이날도 코스피(1,894.09)가 2.57%, 코스닥(667.44)이 3.41% 각각 올랐고 호주, 대만 증시도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1만8,376.83)는 3.2% 상승하며 전날 급락(-3.96%)으로 무너진 1만8,000선을 다시 회복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주요 증시도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ㆍ지준율 인하 조치가 그간 시장을 휩쓴 중국발 공포를 눅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동성 공급 조치가 주택시장 및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가 중국 증시 조정의 주된 이유였던 만큼 투자심리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미국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유럽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점도 시장엔 호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미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기대가 미국 및 유럽 증시 반등세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발 패닉의 종료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당국의 부양 조치에도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실물지표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 투자심리 회복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유럽 증시가 반등 하루 만에 하락세로 출발한 것 역시 이런 우려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는 전통적 통화완화정책 수단이라 중국이 당면한 경기하락 위험을 충분히 상쇄할 수 없다”며 지방정부 채무해소 등 근본적 대책을 주문했다.
중국이 조만간 지준율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런 유동성 확대 정책이 위안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려 신흥국 전반에 통화전쟁(경쟁적 통화완화)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투자비중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자칫 자금이탈 속도를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코스피에선 외국인이 5,50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5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보름 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 규모는 3조7,328억원에 이른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