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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관건은 ‘생활협동조합의 힘’
한국일보가 지난 19일 출고한 ‘같은 커피인데 대학별로 값이 다르다?’ 제하 인터넷 기사의 핵심 내용은 대학별 교내 커피 한 잔 평균값 비교입니다. (▶ 원문 기사 다시보기)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서울 소재 대학 10곳을 방문, 여름에 잘 팔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값을 조사한 뒤 한양대 커피값 평균이 1,860원으로 가장 싸고, 홍익대(3,100원)가 가장 비싸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반응은 좋았습니다. 같은 종류 커피도 대학별 가격 차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실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균치 비교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커피 종류가 같아도 상품 질과 접근성, 매장 임대료 및 운영비, 서비스 수준, 주변 상권 등 판매 조건이 상이할 경우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게 당연한 데다, 얼마나 상품 가격대가 다양한지 또는 최저 가격이 얼마인지 등이 추상적 평균치보다 더 실질적인 정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애초 취재를 시작한 것은 ‘대학 내 커피값이 너무 비싸진 것 아니냐’는 문제 의식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가격 급등의 주범(?)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는 것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커피 대중화에 따른 수요층 확대 추세에 편승해 대학이란 새 수익원을 찾은 거죠. 소비 트렌드 파악을 위한 시험대로 대학이 유용하다는 점도 이유였을 터입니다.
취재 결과를 좀 더 분석했더니 가격 평균으로 대학을 줄 세우는 것보다 더 주목할 만한 점들이 보였습니다. 바로 대학 ‘생활협동조합’(생협)의 영향력이었습니다. 생협 유무(有無)가 대학 내 커피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생협은 학생 등 대학 내 구성원들이 복지 자구(自救) 차원에서 스스로 설립, 운영하는 단체입니다.
무엇보다 교내 커피 판매점 간의 경쟁 유도가 생협의 주된 역할이었습니다. 연세대가 대표적입니다. 이 대학은 캠퍼스 내 커피 판매점 11곳 중 생협 소속 매장이 7곳에 달했는데 생협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판매점들의 이 커피 가격이 모두 3,000원 미만인 것은 생협 커피의 싼 가격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생협이 커피를 판매하는 다른 대학들(경희대, 서울대, 이화여대)에서도 효과는 비슷했습니다. 2,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생협 커피가 브랜드 커피 판매점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면서 전반적인 교내 커피값을 끌어내리는 데 톡톡한 구실을 하는 듯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점이나 과점이 상품ㆍ서비스 질 저하와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게 정설이죠.
생협이 하는 일은 이뿐 아닙니다. 교내 입점 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직접 상품 가격을 낮추기도 합니다. 고려대와 서울대에 각각 매장을 개점한 ‘투썸 플레이스’가 고려대점에서는 제 값(4,100원)을 다 받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서울대 학생에게 20% 할인된 3,280원에 제공하는 것은 이 대학 생협이 교내 입점 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벌인 결과입니다. 서울대 생협 관계자는 “생협이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투썸 플레이스나 ‘파스쿠치’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입점토록 했다”며 “유명한 커피 전문점이라도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만큼, 외부보다 싼 가격에 판매토록 협상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교내 커피값 셈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 유명 브랜드 커피 전문점의 교내 입점도 나쁘게만 볼 현상은 아닙니다. 교내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때문입니다. “굳이 학교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좋다. 가격이 부담될 때는 생협 커피를 선택하면 된다”(이화여대 재학생 김윤희씨)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프랜차이즈 업체 커피에 대한 접근이 편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명백합니다. 소비 조장 효과입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비싼 커피를 한 잔이라도 더 마시게 되겠지요. 아직 벌이가 없는 학생이 소비자라는 점에서 이런 부작용은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적인 면만 본다면 캠퍼스에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오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학교가 번화가보다 임대료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옳다”고 조언했습니다.
커피라는 기호품을 향유할 권리는 대학생들에게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다양성과 합리적 가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요. 생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지은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4)
정소은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4)
민소운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 3)
우한솔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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