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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은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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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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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온갖 정책에 따라붙었던 ‘창조경제’란 수식어를 ‘경제활성화’가 대체할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불어 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는 비유를 들며 올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경제활성화를 강조했다. 사진은 작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장 중인 박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온갖 정책에 따라붙었던 ‘창조경제’란 수식어를 ‘경제활성화’가 대체할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불어 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는 비유를 들며 올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경제활성화를 강조했다. 사진은 작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장 중인 박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누구 탓에 경제가 불쌍한가. 갖고 놀다 정권이 고장 낸 장난감을 붙들고 우는 건 국민이다. 개발 독재 때도 창조란 말은 있었다. 활성화란 추상어엔 뜻이 없다. 기만이 무능을 덮는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의 화두였다. 집권 초부터 모호한 개념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이를 전담하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도 최순홍-윤창번-조신으로 이어지면서 세 명째를 맞고 있다. (…) 지난 2년간 우여곡절 끝에 창조경제는 15개 대기업이 전국 17개 시·도의 중소ㆍ벤처기업을 1대1로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가 중심이 되는 청사진을 내놨다. (…) 대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면서 지역별 특성에 맞춰 창조적 사업을 발굴해 경제 체질을 바꾼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포장은 그럴듯한데 어딘지 번지수가 잘못된 느낌이다. 정부가 선두에서 밀어붙이고 대기업이 따라가는, 개발 연대에나 가능한 모양새로 보인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체질과 작동원리가 분명히 다름에도 억지로 끼워 맞춘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대기업들은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창조센터를 맡았지만 능동적인 의지는 별로 없는 듯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다음 정권에서 창조경제가 어찌 될지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 상당수 대기업들은 유망 벤처를 발굴하거냐 육성하는 데도 익숙지 않다. 대기업들은 하청·중소기업들의 유망 기술을 가로채거나 도용하는 데 탁월한 기술이 있다. (…)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봐서 쓸 만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으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벤처기업을 종속 하청의 구조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 무엇보다 창조경제가 길을 잃고 있다는 신호는 본질을 외면하고 정치성 짙은 이벤트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창조의 본질은 혁신에 있고 혁신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의식에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 한두 차례 실패의 아픔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 정부의 할 일이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낙오자가 돼야 하는 우리의 기업 문화 속에서 한국판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탄생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이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에 몰리고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커피점 등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사회에 창조가 깃들 공간은 없다. 대선용 공약으로 잉태했다가 관료들과 대기업에 의해 육성되는 창조경제는 애초부터 내재적 한계성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남은 3년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순간부터 녹색과 동반성장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백년대계를 위해 창조의 씨앗을 뿌리는 그런 자세와 의지야말로 국민들의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 길을 잃다(서울신문 ‘서울광장’ㆍ오일만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불쌍하다고 했다. 그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회에서 늑장 처리한 부동산 3법을 ‘퉁퉁 불어 터진 국수’에 빗대고 “그걸 먹고도 경제가 힘을 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 그러면서 “올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활성화”라며 “내수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와 4대 개혁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30년 성장의 도약 발판을 만들겠다”고 했다. (…) 그런데 여기서 살짝 헷갈리는 대목이 있다. 바로 대통령이 거듭 힘주어 말하는 ‘경제활성화’가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3법을 언급할 때는 경기회복을 뜻하는 것 같아 보이고, 30년 성장의 발판을 얘기할 때는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 문제는 정확한 뜻이 정의되지 않은 ‘경제활성화’란 말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혼선을 부른다는 점이다.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불분명하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도 불투명해진다. 한때는 정부 각 부처가 내놓는 온갖 정책에 ‘창조경제’가 접두사처럼 따라붙은 적이 있었다. 이제는 ‘경제활성화’가 그 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커졌다. (…) 통상 정부에서 ‘경제활성화’라고 할 때는 ‘경기부양’을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 사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연초에 ‘경제활성화’를 전면에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의 성격이 강했다. (…) 그런데 올해 들어 ‘경제활성화’가 정부의 경제 관련 정책을 통칭하는 말로 슬그머니 바뀌기 시작했다. (…) 통상적인 용어 해석에 따르자면 이른바 4대 개혁 같은 구조개혁은 ‘경제활성화’에 포함되기 어려운 정책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경제활성화’에 어긋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제활성화’가 단기적인 경기회복과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을 다 합친 경제 정책의 만능 목표가 되고 말았다. (…) 요즘 최경환 부총리는 부쩍 4대 개혁만을 강조하고 다닌다. (…) 그러면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다. 사실상 (단기적인) 경기회복은 포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경제활성화’는 이제 본래 의미인 경기부양의 뜻은 완전히 탈색되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이란 뜻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똑같은 용어가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다른 뜻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 솔직히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은 지난 2년간 우왕좌왕했었고,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도 못한 게 사실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와 세계 경제의 침체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점이 경제 실적 부진에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뜻마저 불분명해진 ‘경제활성화’를 만병통치인 것처럼 외칠 게 아니라, 그런 사정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토로한 후에 제대로 된 경제회생책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무엇을 어떻게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한국 경제가 좀 불쌍하다.”

-‘좀 불쌍한 한국 경제’(중앙일보 ‘세상읽기’ㆍ김종수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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