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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장에 소형카메라… 청와대·주석궁 CCTV로 실시간 중계

입력
2015.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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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극적 타결을 이룬 남북 2+2 고위급 접촉의 양측 최고 사령탑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었다.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협상을 지휘한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2일부터 25일 새벽 1시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3박4일 간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대면하기 전에 남북 협상대표단 네 명을 사이에 두고 대리전부터 벌인 셈이다.

북한이 '선군절'을 하루 앞둔 24일 개최한 중앙보고대회에 리영길 총참모장, 리용주 해군 사령관, 최영호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사령관 등 군 주요 지휘 라인이 모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돼 해당전선으로 급파됐다"고 밝힌만큼 이들은 남북 긴장 상황 속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중앙보고대회의 모습.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보고자로 나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선군절'을 하루 앞둔 24일 개최한 중앙보고대회에 리영길 총참모장, 리용주 해군 사령관, 최영호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사령관 등 군 주요 지휘 라인이 모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돼 해당전선으로 급파됐다"고 밝힌만큼 이들은 남북 긴장 상황 속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중앙보고대회의 모습.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보고자로 나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최고 지도자의 자존심 걸린 회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는 소형 카메라가 돌아갔다. 서울과 평양으로 회담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이 같은 시각 청와대와 주석궁에서 CCTV 모니터로 남북 협상을 지켜 보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남북 접촉이 한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결정적 이유는 협상 결과에 남북 최고 지도자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목함지뢰ㆍ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협상을 결렬시켜도 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간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북한에 대화ㆍ협력을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선 대북 원칙론을 고수했다. 김정은 역시 ‘도발 책임 인정=최고 존엄 훼손’이라 보고 물러서지 않은 채 내부 체제를 위협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관철시키라는 지시만 북측 협상팀에 줄기차게 내려 보냈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강경한 박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서 남북 대표단에겐 재량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세세한 협상 내용을 두고 일일이 서울과 평양의 허락을 받아야 한 탓에 협상 진도를 내기 어려웠다. 북측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북한의 최고 실세이고 김정은의 과외교사 역할까지 했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체제 특성 상 김 위원장의 재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정부 외교안보정책 실무 최고책임자이긴 하지만, 박 대통령의 결심 없이 남북 합의문에 사인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 협상 중 김정은에 강견 메시지 발신

박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력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북한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남측 대표단에 내리는 협상 가이드라인이자 김정은에게 보낸 강경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과거 정권들처럼 적당히 타협해 보상을 제공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협상 진행 중에 최고 결정권자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제시해 협상의 출구를 없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협상 도중 강수를 뒀음에도 북측 대표단은 결렬을 택하는 대신 협상을 계속 이어갔다. 남북 접촉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그 만큼 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양측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간 끝에 25일 새벽 1시쯤 협상을 타결시켰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대리전이 일단 결실을 맺은 채 종료된 순간이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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