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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스타 박태환 어떻게 관리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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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스타 박태환 어떻게 관리했길래…

입력
2015.01.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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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터진 뒤에야 뒤늦게 발등의 불

수영연맹·체육회 관리 소홀 지적… 큰 대회 앞 민간병원 치료도 문제

“그는 모든 스포츠맨 청년들의 롤모델이다. 스스로 판단을 더 잘 했어야 했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0)를 향한 캐린 윈터스(Carreen Winters) 위기ㆍ평판 관리 전문가의 말이다. 윈터스는 지난해 9월말 펠프스가 음주운전에 적발되자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일갈했다. 펠프스는 어린 시절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에서 18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영웅이지만 물 밖에서의 행동은 매번 논란을 낳았다. 열 아홉 살 때 처음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23세 때는 마리화나 물파이프를 피는 모습이 영국 타블로이드지에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윈터스는 “이번에도 올림픽 스타, 펠프스의 잘못”이라고 했다.

도핑 파문을 일으킨 박태환(26)도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가장 경계하는 근육강화제의 일종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당초 박태환은 지난해 7월29일 한 차례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2013년 12월에도 같은 주사를 맞았다”는 진술을 병원 의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윈터스의 표현대로 ‘국보급 스타’로서 판단을 더 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 등 책임 있는 단체가 국가대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많다. 도핑 적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이들 단체들은 박태환이 치료받은 시기와 장소, 도핑 테스트에 응한 시기와 장소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수영연맹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27일 오전 “박태환 소속사(팀GMP) 측의 입장 발표가 나와야 연맹에서도 후속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가 내달 말 열리는 것도 뉴스를 통해 알았다. FINA에서 연맹 쪽에 청문회와 관련된 공문을 보내온 건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연맹은 28일에서야 박태환과 함께 청문회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과 정일청 전무 등이 내달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청문회에 참석해 이번 파문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태환에게는 전혀 고의성이 없었음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소 박태환에게 무관심했던 연맹이 이번에도 사태를 관망하다 급히 수습하는 꼴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징계를 피한 남자 배드민턴의 이용대(27ㆍ삼성전기) 사례와 비교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박태환과 연맹의 불편한 동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연맹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따낸 박태환에게 약속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갈등이 두드러졌다. 이듬해에는 박태환의 이름이 국가대표 명단에서 빠지기까지 했다. 박태환은 2013년 방송에 출연해 “나는 수영연맹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박태환은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25),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와 더불어 태릉선수촌 밖에서 영외훈련을 해왔다. 국내에는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고, 세계 정상급 선수를 가르칠 지도자도 부족해 전지훈련이 일상이었다. 때문에 수영연맹은 물론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체조협회 모두 선수 관리에 애를 먹었다. 선수의 출국 날짜, 귀국 날짜 등도 소속사에서 통보해줘야 파악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재활과 치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맹과 대한체육회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선수는 수시로 도핑 테스트를 받는다. 수영연맹은 분기별로 박태환의 훈련 장소를 WADA 에 통보할 의무가 있고, WADA나 FINA는 이를 토대로 불시에 도핑 테스트를 한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 앞서 선수에게 도핑에 관해 주의를 줘야 했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국가대표 주치의, 대한체육회의 의무진에게 치료를 받게 해야 했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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