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승률 2배로 뛰어
월 거래량도 10년 만에 최고
머지않아 시장 조정 가능성도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민정(37ㆍ여)씨는 올초 여의도 영업점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이사를 준비해왔다. 현재 살고 있는 강북구 번동 전세계약도 올해 말이면 끝나 이 참에 직장에서 가까운 여의도에 내 집 마련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올 3월 눈 여겨 봤던 미성아파트 92㎡는 반년 사이에 1억5,000만원 이상 뛴 8억8,000만~9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씨는 “중개업소에선 이런 매물도 귀하다며 사놓기만 하면 오른다고 하지만 큰 빚까지 내 구입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아파트 매매시장 열기가 서울 전역, 그리고 수도권에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가 과열 분위기를 식히고자 내놓은 8ㆍ25가계부채 대책은 전혀 약발이 먹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로 집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만 키워놓으면서 가을 이사철을 맞아 매매가 상승세는 한층 가팔라졌다.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서울 매매가격이 일주일간 0.32% 올라 지난주(0.35%)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을 이사철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8ㆍ25대책 이후의 매매가 상승은 거침이 없다. 서울지역 9월 상승률은 1.21%로 8월(0.67%)을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매매거래도 활발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1만911가구)은 2006년 이후 9월 거래량 최고치다. 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집 값이 전고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시장에 내놓는 집주인과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수요가 맞아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지 오래다. 이날 기준으로 3.3㎡당 1,877만원을 기록,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강남을 넘어 강북 재정비 단지까지 연일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5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서초구 아크로리버뷰가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인 306대1을 기록할 정도로 아직도 강남발 재건축 열기는 뜨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승세는 서울 전역을 넘어 수도권으로도 확산된 모습이다. 이달 첫주 분당, 위례, 일산, 동탄 등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값은 매도 호가가 오르면서 전주에 비해 상승폭이 0.02%포인트 커진 0.14%(부동산114 집계)를 보였다. 통계가 공개된 2011년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런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입주 물량 확대, 정부의 추가 규제대책 등은 머지않아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들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을 35층 이하로 제한하면서 집값 상승의 근원이었던 강남 재건축 시장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2018년으로 예정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당분간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제도 시행에 앞서 재건축을 서두르면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양방향의 요인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어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투자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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