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K스포츠재단 직원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와 이력서 여러 장이 공개됐다. 최씨가 K스포츠재단을 사실상 사유화한 정황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3일 “최씨가 재단 인사에 직접 개입한 흔적”이라며 검찰에 제출한 이력서 5장과 최씨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정 전 사무총장이 공개한 이력서는 모두 5장이다. 그 중 한 이력서 좌측 상단에 최씨의 필체로 “면담 해보시고 결정하심이 날(나을) 듯합니다”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다. 독일 법인 등기와 ‘아랍에미리트연합 한국문화원 설립제안서’ 등에 최씨가 쓴 것으로 지목된 필체와 유사하다.
정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최씨는 2~5월에 이력서를 수시로 내려 보내 면접을 보게 했다. 최씨는 이력서마다 대외협력본부, 인재양성본부 등 구체적인 부서와 본부장, 부장 등 직위까지 명시해 사실상 채용은 최씨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고 정 전 사무총장은 밝혔다. 대표적으로 최씨가 대외협력부장으로 추천한 A씨의 경우 정 전 사무총장의 면접에서 자격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돌려 보냈는데도 최씨의 지시로 차장급으로 채용됐다. 정 전 사무총장은 “A씨의 경우 영어 말하기가 1분도 안 되는 등 수준에 미치지 못해 채용을 거부했는데, (최씨가) 차장급으로 채용하라고 해서 결국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아무 해명도 하지 않았다.
최씨는 측근인 고영태(40)씨와 대학 동문(한국체육대학)이자 같은 종목(펜싱)을 전공한 B씨도 인재양성본부장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B씨가 면접에 오지 않아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B씨는 “최순실이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고영태도 학교 후배라는 것만 알지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다”며 “재단 정보도 구할 수 없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스포츠재단 추진 사업인 태권도시범단 설립과 남북교류사업 등의 진행경과와 향후 협의내용은 물론 인사 개입 정황이 적혀 있는 최씨 자필 메모가 확인됨에 따라 검찰이 최씨의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진만기자 bpd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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