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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개발공사 “갑·을 대신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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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개발공사 “갑·을 대신 동·행”

입력
2018.01.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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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문화 개선 ‘동·행계약서’ 쓰기 앞장

“약자 배려…함께 행복하자는 의미”

한국교통대도 교직원 채용 시 활용

계용준(오른쪽에서 세번째)충북개발공사 사장과 정초시(네번째)충북연구원장이 2016년 9월 충북연구원 청사 신축을 위한 ‘동·행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개발공사 제공
계용준(오른쪽에서 세번째)충북개발공사 사장과 정초시(네번째)충북연구원장이 2016년 9월 충북연구원 청사 신축을 위한 ‘동·행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북개발공사 제공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갑질 문화를 개선하고 올바른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시작된 ‘동·행계약서’ 쓰기가 충북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동·행계약서는 보통 계약서 상에 쓰는 ‘갑(甲)’과 ‘을(乙)’ 을 ‘동(同)’과 ‘행(幸)’으로 대체한 것이 골자다. 동행은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로, 갑·을 표현에서 연상되는 일방적 이미지를 지우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도내에서 이 같은 동·행계약서를 쓰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관은 충북개발공사다.

충북개발공사는 올해 초 충북도와 도의회 신청사 건립 위·수탁 협약을 하면서 동·행계약서를 썼다. 예전 같으면 계약서 상 갑이었을 충북도(위탁자)는 동으로, 을이었을 충북개발공사(수탁자)는 행으로 계약서가 작성됐다.

충북개발공사가 이 계약서를 도입한 것은 2016년 하반기부터다. 직원 회의에서 “계약서 상의 갑·을 표현이 우월적 지위의 순서를 정한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과 함께 도입 얘기가 나왔고, 그 해 9월 충북연구원과의 청사 신축 계약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후 계약을 하는 기관, 민간 업체 등으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자 개발공사 측은 거의 모든 협약과 계약에서 동·행을 사용하고 있다.

충북연구원과 충북개발공사가 체결한 연구원 신축 공사 계약서. 보통 계약서에 쓰이는 갑·을 대신 동·행을 사용했다. 충북개발공사 제공
충북연구원과 충북개발공사가 체결한 연구원 신축 공사 계약서. 보통 계약서에 쓰이는 갑·을 대신 동·행을 사용했다. 충북개발공사 제공

충주에 자리한 한국교통대도 2016년 3월부터 동·행계약서 사용 운동에 동참했다.

교통대는 교직원을 채용하거나 금액이 적은 수의 계약을 할 때 동·행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교통대 관계자는 “규정상 표준계약서를 써야 하는 조달 계약을 제외한 모든 계약 문서의 당사자를 동·행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했다.

동·행계약서는 2015년 9월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난방 관련 공사를 업체에 맡기면서 계약서에 갑·을 대신 동·행을 사용한 것이 알려져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 성북구청이 동·행계약서 표준안까지 만들어 갑질 문화를 개선하는 사회 운동으로 폭을 넓힌 가운데 다른 기관들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이 계약서 도입을 제안한 계용준 충북개발공사 사장은 “용어 하나 바꾼다고 우리 사회의 병폐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시작은 될 것”이라며 “‘갑질’이란 부정적인 문화를 개선하고 상생문화를 조성하는 데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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