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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차 산업혁명과 노동, 달라야 할 대응법

입력
2017.04.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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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말하자면 ‘경제의 디지털화’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산업적으로 그것을 특징짓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실시간 ‘온디멘드(on-demand)’ 경제의 보편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소멸하는 일종의 ‘제조업의 서비스화’야 말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고객화(customization), 협력(collaboration), 그리고 신뢰(confidence) 등 이른바 3C가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요인이자 관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어떤 식이든 산업의 변화는 고용의 변화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 개수가 ‘는다, 준다‘ 식의 양적 변동만 보아서는 본질을 놓친다. 아예 고용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의 소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플랫폼(platform)에 기반한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 즉 일종의 사이버 좌판에 무차별 대중이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노동을 공급하는 ’떼노동‘의 확산은 중장기적 고용관계를 매개로 한 지금의 질서와는 다른 세계다. 그렇게 제공된 노동에 대한 평가와 통제가 소비자의 반응을 통해 즉각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차등화된 보상논리가 노동시장의 위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사용자와의 배타적이고 경직된 고용계약을 토대로 하는 ’종속적 근로자‘의 의미와 비중은 대폭 약화할 것이며,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한 현재의 노동시장 주류질서의 전면적 개편은 가히 시간문제라 해도 무방하다.

노동의 미래와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마음은 사실 그다지 편하지 못하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전 단계인 IT혁명 시대, 글로벌 유연화의 시대에 우리의 노동질서는 이른바 ‘헬조선’이란 말로 대표되는, 사회의 퇴행적 변동의 핵심을 이루고 말았기 때문이다. 경제의 전면적 디지털화를 논하기 전부터 비정규직은 만연해 갔고, 아웃소싱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일자리 질서의 계층화는 심각해져 갔다. 사회통합이 파괴되어 갔고 경제의 활력도 상실되어 갔다.

그러니 경제의 디지털화가 이러한 상황의 ‘처방자‘로서 작용하기보다,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우울한 결정론’에 반발하며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역사적으로 자동화가 진전될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자행되던 자본의 협박이자 또 다른 지배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거다. 21세기형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이라도 하려는 듯, 무인 스마트 공장의 확산을 막자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질서의 혁명적 변화가 노동세계에 초래할 질적인 변화의 실체성을 의심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떤 정서와 자세로 맞이할 것인가에 있다. 지금의 변화를 과거처럼 국가주도의 성장주의적 시각과 ‘따라잡기식’ 정신에 매몰되어 조명하고 경제ㆍ산업지상주의적 시각에서만 판단한다면, 또 노동이야 어찌되었든 새로운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 기회로 ‘한 몫 잡기’에만 몰두하려 든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사회질서 재구성 면에서 어떠한 ‘긴장영역’을 이루는지 찬찬히 짚어가며, 거기서 구현할 사회적 가치에도 합의하면서 새 시대가 ‘사람이 살 만한 사회’로 이행할 수 있도록, 그 변동의 초입부터 관점을 잘 잡고 협심하며 소통해 가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단적으로 ‘한국형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모델링할 것인가의 문제와 동일하다. 매우 정치적인 성격의 이 주제와 관련한 정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 당국과 재벌기업이 모여 대책회의를 꾸리고 결정해서 사회구성원들에게 따르라고 통보하는 70년대식 방법론을 택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헛발을 내디딘 것과 다름없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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