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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예측 시스템' 고장났나

입력
2014.10.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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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우려대로 4조1,000억원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휴대폰 사업의 부진을 꼽는다. 갤럭시 시리즈 등 전략 스마트폰이 기대 만큼 팔리지 않았다는 것.

● SCM이 문제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관리의 삼성’이 자랑하는 공급망관리(SCM)다. 제품 기획부터 부품 관리, 생산, 유통 및 재고까지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SCM이다. 관련 업계가 공인하는 성공작 갤럭시S3, 갤럭시S4 까지는 SCM이 제대로 작동했다. 즉, 이전 제품의 생산량과 시중에 깔려 있는 재고를 감안해 신제품의 수요 예측이 제대로 들어 맞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갤럭시S5는 그렇지 못했다. S3와 S4에서 기계적으로 작동했던 삼성의 SCM이 시장의 변수를 읽지 못한 것이다. S3, S4, 갤럭시노트2, 노트3가 시장에 판매 중인 상황에서 SCM에 의해 기계적으로 갤럭시S5의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만들어 밀어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5조원선이 무너졌다. 영업이익률도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약 3년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 5조원선이 무너졌다. 영업이익률도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4조1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약 3년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그렇다 보니 갤럭시S5는 다른 업체 제품들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의 이전 제품인 갤럭시S3, S4, 노트2, 노트3와 함께 경쟁하는 힘겨운 싸움이 됐다. 갤럭시S5와 이전 제품들은 서로의 수요를 갉아 먹었다.

삼성전자가 여름 내내 고민한 것은 해외에 깔려 있는 S5의 유통 재고였다. 즉, 삼성전자에서 해외 이통사에 판매했지만 거기서 더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제품 재고가 웅덩이의 물처럼 고인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많이 잃었고, 믿었던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 재고가 쌓인 것이 뼈아팠다. 유럽 이통사들은 세계 1위 삼성전자의 독주가 달갑지 않았다.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제조사는 이통사가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SCM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유럽에서 변수가 발생했으면 적절하게 공급량을 줄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S3와 S4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S5 역시 SCM의 데이터 상으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오판을 부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4, S5의 전세계 유통재고가 5,0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소문이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세계 휴대폰 판매량은 약 4억9,000만대다. 따라서 업계 소문이 사실이라면 한해 판매량의 10% 약간 넘는 수치가 재고로 시장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4분기는 더 힘들어진다. 결국 재고를 밀어낼 수 있는 것은 가격 인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당 10만원만 내려도 5,000억원, 20만원을 내리면 1조원이 고스란히 날아간다. 영업이익에서 5,000억, 1조원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여기에 4분기는 가전, IT업계의 성수기다. 문제는 피를 빨리는 성수기라는 점이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미국과 유럽의 할리데이 시즌 할인은 전자업체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는 기간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후려쳐 1년간 쌓인 재고 정리에 나선다. TV 반값 할인이 당연시 될 정도로 할인 폭이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가격 인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SCM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시장에 축적된 S5의 재고, 중국을 포함해 애플, LG전자 등 경쟁업체들이 쏟아내는 신제품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에게 올해 4분기는 시련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4분기 영업이익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중국 휴대폰 시장의 점유율 싸움은 끝났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다. 이제 삼성은 더 이상 중국에서 휴대폰 점유율을 고집하면 안된다. 이미 중국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휩쓴 가운데 잃어버린 점유율을 되찾으려 가격을 낮추거나 저가폰에 집중하는 것은 악수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은 저가폰을 앞세운 중국업체들 때문에 더 이상 중국에서 과거 같은 점유율을 가져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 이동통신업체들에게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20% 감축하라고 지시한 것은 삼성, 애플을 겨냥한 공격이나 다름없다.

휴대폰 보조금은 이통사에서 고가폰에 지급한다. 따라서 저가폰 위주의 중국 휴대폰업체들은 보조금 20% 감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삼성 애플 등 고가폰을 만드는 업체들의 판매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중국에서 판매량과 점유율로 1,2위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더 이상 삼성전자에 그런 시절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과감히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익 위주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고가폰에 집중해서 단 한 대를 팔더라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런 점을 반영해 전략을 수정한다면 3분기의 반토막 영업이익은 향후 삼성전자에게 약이 될 수도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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