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역선택 교란 전술 본격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시동을 걸면서 민주ㆍ공화당이 상대 진영을 교란시키고 유력 후보를 골탕 먹이기 위해 다양한 ‘역선택’ 전술을 펴기 시작한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쟁력 낮은 사람이 상대진영 최종 후보가 되도록 여론을 조장하거나, 유력 후보가 최대한 타격을 입도록 내분을 부추기는 계책이다.
대표 사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정치 훈수. 5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5월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의견을 들려줬다. 직접적 인과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는 통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6월16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좌충우돌 행보를 시작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2016년 대선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먼저 몇 번 연락이 와서 5월 말쯤 전화를 걸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측근들도 “출마 여부에 대해 마지막 고민을 하던 시점에 전화가 왔다”며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시인했다.
공화당 인기 1위 후보가 민주당 유력 후보 남편의 조언을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행보는 골수 공화당 지지층에서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내를 위해 트럼프를 내세워 공화당의 내분과 이미지 약화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움직임은 공화당 쪽에서도 감지된다. 클린턴 전 장관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를 유도하려는 모습이 노골적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문제가 많고 비교적 규정하기가 쉬운 상대”라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부통령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공화당 입장에선 더 힘든 상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이 발언을 민주당 경선판도를 흔들고 클린턴 전 장관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로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게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약체 인물이 상대진영 최종 후보가 되도록 여론 조작이나 위장 투표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2016년 대선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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