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감정팀 내한 기자회견서 거듭 ‘위작’ 주장
“검찰의 ‘미인도’ 진품 주장은 과학과 객관에 반한다.”
1991년 논란이 시작된 뒤 사반세기 이어져온 미인도 위작 논란은 지난 19일 검찰의 ‘진품’수사 결과 발표로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그러나 고 천경자(1924~2015) 화백 유족의 요청에 따라 감정 작업을 벌인 프랑스 연구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정면 반박에 나섰다.
애당초 검찰 수사를 의뢰한 천 화백 유족 측과 뤼미에르 연구소는 27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19%에 불과해 다른 작품들과 같은 그룹에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마이크를 잡은 장 페니코 연구소장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진품 9개를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했고, 콘트라스트(명암대비)와 빛의 균형 등을 활용해 수학적ㆍ과학적ㆍ객관적인 방법으로 비교ㆍ분석했다”고 강조했다.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는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그림을 1,650개 단층으로 나눠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페니코 소장은 “미인도의 경우 콘트라스트 값의 차이가 심하고 휘도 값이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눈 흰자위 두께 역시 다른 작품들의 평균값에 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페니코는 이어 “법적으로 예술가는 자신이 작품의 주인인지 아닌지 말할 권리를 갖고 있음에도 왜 한국은 천 화백의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페니코 소장의 발표에 이어 유족측은 “검찰 발표는 과학적 근거 없이 전문가라 주장하는 자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한 것”이며 “이해관계에 따라 안목감정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페니코 소장의 연구팀이 감정에 참여하는데 드는 비용을 유족측이 냈으니 유족측으로 기울어진 의견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이에 대해 페니코 소장은 “과학적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또 실제 그렇게 했다고 자부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방한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유족측은 “검찰의 진품 수사 결과에 놀라 프랑스 연구팀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았다”고 강조하면서 이후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검찰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측은 “자신들의 결론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가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수사 결과 발표 때 가능한 한 거의 모든 과학감정 기법을 동원한 바 있으며 ‘소장이력’까지 철저히 규명했다”고 밝혔다.
미인도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적극 반박했다. 미술관측은 “프랑스 감정팀의 진품확률 계산 방식과 감정 과정에 명백한 오류와 모순이 있다”면서 “오히려 연구소가 활용한 공식은 미인도를 제외한 다른 9개 작품을 진품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관관계로 확률을 구하는 방식 등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오류와 모순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을 과학이라 주장하고, 한국 미술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중립적이고 종합적인 검찰의 수사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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