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85)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던 최영미(57)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에 배당됐으며, 아직 첫 변론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문화계 ‘미투(#MeToo) 운동’이 거셌던 지난해 12월 최영미 시인은 계간지 ‘황해문화’에 시 ‘괴물’을 내고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했다. ‘괴물’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시에 문단 원로가 누구인지 비교적 자세하게 암시됐고, SNS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괴물’로 묘사된 시인을 고은 시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고은 시인은 지난 3월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고은 시인은 지난 2월 수원시가 마련해 준 주거 창작공간에서 퇴거했고, 단국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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