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비슷한데 가격 최대 10분의 1 … 수입불허 품목, 배송대행 편법 구입
직구족 “성분에 지나치게 엄격 잣대” … 전문가 “국산제품 가격인하 유도해야”
평소 체중 관리가 고민이었던 직장인 김모(26ㆍ여)씨는 탄수화물 섭취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미국산 C제품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김씨가 C제품 구입에 애용한 방식은 ‘해외직구(직접구매)’. 캡슐 90정에 3만원을 웃도는 국산 제품에 비해 해외 온라인사이트를 통하면 2만원 초반대 가격에 120정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2014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관금지 목록에 오른 상태였다. 소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18일 “원래 수입이 금지된 제품이지만 해외직구 정보공유 카페에서 발견한 ‘배송대행’을 활용해 별다른 제약 없이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직구를 통해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부적합한 성분 함유 등을 내세워 수입을 불허하고 있으나 해외직구족은 우회 방법을 찾으면서까지 건강식품 사랑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해외직구 이용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은 의류ㆍ신발에 이어 국내 소비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구매한 품목으로 나타났다. 오메가3, 비타민 등 영양제뿐 아니라 머리 숱을 풍성하게 하는 발모영양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함유 제품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 중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 중 상당수는 식약처가 온라인 구매를 금지한 품목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의약품 성분을 포함하고 있거나 식품에 사용 불가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등 광우병 발병국에서 소 추출물을 원료에 사용한 제품은 안전 여부를 입증하는 ‘수출국정부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통관금지 제품만 120개에 달한다. 지난 12일에는 해외 성기능 개선 제품 444개 중 47개 제품에서 요힘빈, 시부트라민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광우병이 무해하다는 확증이 나오지 않는 한 해당 식품을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특히 온라인 구매는 공급ㆍ보관 방식에 따라 제품의 질도 달라질 수 있어 규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에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많게는 국산의 10분의 1)에 이끌려 해외직구에 목을 매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는 통관 불허 제품 구입 방법을 문의하는 각종 정보가 수시로 오가고 있다.
대표적인 편법은 배송대행이다. 구매 당사자가 직접 주문하면 통관 규정에 걸려 결제가 안되지만, 배송대행은 일단 해외 소재지로 1차 배송한 후 다시 국내로 택배를 보내는 식이어서 품목명을 변경하는 식으로 피해간다. 세관당국 관계자는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택배의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개인 배송은 부피가 작아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직구족들은 정부가 건강식품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불만도 토로한다. 얼마 전 수면유도제를 해외배송으로 구매했다는 안모(39)씨는 “제품에 함유된 멜라토닌은 한국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되지만 미국에서는 일반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며 “우유를 데워 먹어도 나오는 성분을 왜 금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식품 안전 문제인 만큼 정부 방침을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비슷한 효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안전성이 입증된 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 인하 등 정부의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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