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이 피살된 이후 중국과 김정남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남과 그의 가족을 보호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뭔가 틈을 보인 것 아니냐는 점에서다. 중국이 김정은 집권 후 대북 지렛대일 수 있는 김정남을 관리는 하되 다소 거리를 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지만 김정남과 그의 직계가족을 보호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소식통은 15일 “중국 공안당국과 정보기관이 김정남 가족을 치안이 비교적 좋은 곳에 거주토록 하면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보호해왔다”면서 “북한 핵실험 등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근접거리 경호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이날 국회에 출석해 김정남의 본처와 자녀 1명이 베이징에, 후처와 1남1녀가 마카오에 각각 거주하고 있고 모두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한 대로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공고화하면서 김정남에 대한 중국의 보호ㆍ관리가 다소 소홀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김정남을 데리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김정은과 척을 지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2013년 말 김정은이 친중파인 장성택을 공개처형하자 중국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오히려 그 이후 김정남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현실권력인 김정은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해 김정남과의 밀착관계를 조정했을 것이란 추론으로 이어진다. 국제사회 일각에서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경우 대안으로 김정남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중국은 장성택이 숙청된 뒤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할 것으로 판단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장성택의 지원을 받아온 김정남 역시 친중파이고 개방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서 김정남 체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김정남의 손을 아예 놓은 건 아니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중론이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카드 중 하나를 버릴 이유가 없다”면서 “김정남이 중국 영토 밖에서 피살된 점은 가해자 측도 중국을 의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피살 당시 근접경호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피살을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만 그간 보디가드가 따라붙는 식의 경호는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조사 중”이라고 김정남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김정남 가족의 베이징ㆍ마카오 거주 및 보호 여부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당혹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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