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ㆍ설립을 포함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사를 받겠다고 나선 가운데 팔 비틀기식 모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큰 두 재단 출연금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두 재단은 삼성에서 204억원, 현대차에서 128억원, SK에서 111억원, LG에서 78억원, 포스코에서 49억원, 롯데에서 45억원 등 모두 773억원을 모았다.
주목되는 부분은 모금 활동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다. 혐의가 뇌물죄이면 바로 몰수된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이 경우 773억원은 ‘부정한 돈’이 아니라 ‘억울한 돈’이 된다.
재단법인은 해산할 때 남은 돈을 원 출연자에게 되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 변호사는 “재단법인은 돈으로 성립되는 법인이기 때문에 내기로 한 돈을 제대로 안 낸다거나, 한 번 낸 돈을 쉽게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비유하자면 큰 틀에서 재단법인의 돈은 ‘낙장불입(落張不入)’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법 80조 1항은 법인 재산 처분 권한을 우선 법인 정관으로 정하게 하고, 2항에서는 정관에 별다른 규정이 없을 경우 “이사 또는 청산인이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그 법인의 목적과 유사한 목적을 위해 재산을 처분”한다고 규정한데 이어, 3항에서 이렇게 처리되지 않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한다고 했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처럼 공익 활동을 내세운 비영리 공익법인은 조금 더 까다롭다. 공익법인법 13조는 재단 해산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재산을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고, 시행령 23조는 비슷한 공익사업에 쓰도록 했다. 공익 목적의 법인이라는 이유로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만큼 남은 돈도 공익 목적으로 쓰도록 요구하는 셈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정관도 ‘법인 해산 때 남은 재산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감독관청의 허가를 얻어 귀속 대상을 정하되 국가나 비슷한 목적의 단체에 준다’고 규정되어 있다. 공익법인법에 준한 규정이다.
일부에서는 감독 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을 취소하고 남은 돈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쓰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문체부는 썩 달가운 표정이 아니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허가를 두고 회의록 허위 작성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을 때 “법인 설립 취소 사유가 아니다”라고 버텼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정한 돈’이 아니라 ‘억울한 돈’이라면 국가가 남은 돈을 그런 식으로 가져가도 좋으냐는 점도 개운치 못한 요소다. 재단 설립주체인 전경련 스스로 “청산하고 남은 돈은 정부가 좋은 곳에 써달라”고 나서지 않는 이상 문체부가 먼저 나서기 머쓱한 모양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두 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보자는 말 밖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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